[신문과 놀자!]1명을 구하러 8명이 목숨 거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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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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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광경이에요.” “그래 정말 끔찍해.”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이처럼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지방의 오마하 해변에서 물고기 떼와 뒤섞인 부상자와 시체를 바라보며 밀러 대위가 부대원과 나누는 대화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4년 6월에 미국과 영국 등 연합군이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해안에 상륙해 독일 본토로 진격합니다. 이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참여했던 미군 중 수천 명이 오마하 해변에서 처참하게 죽었습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입니다.

폭격 소리가 잠잠해지면서 화면은 타자 소리가 또닥이는 사무실로 바뀝니다. 전사자 가족에게 죽음을 통보하기 위해 미국 육군 행정실의 타자수는 쉴 틈이 없습니다. 집안의 4형제가 모두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참전했는데, 며칠 사이에 3형제가 전사한 사실을 어느 타자수가 발견합니다. 첫째는 오마하 해변에서, 둘째는 유타 해변에서, 셋째는 뉴기니 해변에서 숨졌습니다. 미국 정부는 막내아들 제임스 라이언 일병을 구해서 어머니 곁으로 데리고 오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스필버그는 사실을 근거로 전쟁영화를 만들기 위해 역사적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1944년 7월 9일 신문을 발견했습니다. ‘4형제 가운데 3명이 이미 전사했다는 보고를 받은 미국 당국은 막내아들을 귀환시키기 위해 구조대를 구성해서 구해왔다’는 기사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막내 라이언 일병을 구해 오는 임무를 밀러 대위가 맡습니다. 8명으로 구성된 구조대가 라이언 일병의 행방을 찾아 최전선에 투입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라이언이 라멜 지역의 다리를 사수하는 작전에 투입됐다가 독일군 사이에 고립되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단 한 명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8명이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상황이 어려워지고 위험해질수록 대원들은 정신적 혼란에 빠집니다. 라이언 일병 한 명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 대원 여덟 명의 생명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인가? 구조대원 8명 가운데 2명이 죽고 난 후에야 라이언 일병을 찾습니다.

라이언 일병은 세 형의 전사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지만 자신을 찾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대원 2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에 더 혼란스러워합니다. 하지만 라이언은 전우들을 두고 혼자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합니다. 명령이니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고 했지만 라이언 일병은 이 다리를 사수하지 않으면 미군 전체가 위험에 빠진다면서 고집을 부립니다.

나라를 지키겠다는 라이언 일병의 애국심은 사실 모든 대원의 마음이었을 겁니다. 결국 대원 모두가 격전을 벌인 끝에 미군이 승리합니다. 밀러 대위를 포함한 많은 대원은 죽고 맙니다. 목숨 바쳐 싸운 그들의 희생이 미군의 승리를 이끌어냈다는 영화입니다.

북한에서 발굴된 국군 유해 귀환의 상징성


동아일보 5월 26일자 A1∼3면에 ‘북한에서 발굴된 6·25 국군 유해 첫 봉환’ 기사가 실렸습니다. 위의 그래픽에 실린 사진과 글을 먼저 읽고 기사를 꼼꼼하게 읽으세요. 나라를 지키는 가장 큰 힘이 무엇일까요? 자신의 생각을 적어보세요.

미국은 북한지역에서 발굴된 유해를 옮겨오는 대가로 북측에 약 331억 원을 지불했다고 합니다. 적진에 포로로 잡혔던 대부분의 미군은 언젠가는 조국이 자신을 찾으러 올 것으로 믿었다고 합니다. 국가에 헌신한 영웅을 끝까지 챙기는 이런 노력이야말로 미국을 떠받치는 강력한 힘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이 기사문을 읽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보세요.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실하지 않은 라이언 일병을 찾으러 밀러 대위와 대원 8명이 떠나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옵니다. “질문이 있습니다. 왜 8명이 1명을 구하러 가죠?” “라이언의 엄마를 생각해 봐.” “누구는 엄마가 없습니까? 여기 엄마 없는 사람 있습니까?” “군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명령을 따라야 합니까?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따르다가 죽으라는 것이 군인 정신입니까?” “이 임무는 귀한 재원의 낭비입니다.” 그러자 밀러 대위가 말합니다. “이 임무는 정말 멋지고 가치 있는 일이다. 최선을 다해 충실히 임하라.”

만약 여러분 8명이 1명을 구하러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지 토론해 보세요. 토론하기에 앞서 8명은 무엇을 상징하는지 생각해 보세요. 단순한 숫자인지 개인의 생명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명령을 받은 국가를 상징하는 것은 아닌지.

밀러 대위와 대원 역할을 하는 8명이 둥근 어항 모양(아래 그림)을 만드세요. 학급의 다른 학생은 둥근 어항을 들여다보듯 에워싸세요. 8명이 1명을 구하러 가는 장면에 대해 안의 원에 있는 학생들이 역할놀이하듯 토론하세요. 밖의 원에 있는 학생들은 지켜보다가 수시로 중간에 끼어들어 토론하고 나오는 식으로요.

국가와 개인… 애국심과 희생… 글로 써볼까요


한일 월드컵경기, 그러니까 2002년의 일입니다. 시청 광장에서 붉은 악마들이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보다가 은근히 걱정이 됐습니다. 다음 날 시청 광장 앞을 지나 강의하러 가는 일정이 있었거든요.

새벽까지 들떠 있는 시민들을 뉴스에서 보고는 길이 혼잡할 것 같아 오전 6시 반경에 시청 앞을 지나갔습니다. 뜻밖에도 휴지 한 조각 없는 시청 앞 광장을 보자 온몸에 전율이 올랐습니다. ‘아, 대한민국!’ 탄성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시민 각자가 스스로 쓰레기를 처리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정말 눈물나게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내가 대한민국 시민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대한민국을 위해 온몸을 바쳐도 여한이 없겠다는 자부심과 애국심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태선 동화작가 책끼읽끼 소장
정태선 동화작가 책끼읽끼 소장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보면서 국가가 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해 주는 장면, 8명이 1명을 구하러 가는 영화를 보면서 2002년의 감정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민주주의 정부라는 링컨의 말도 이해가 갔습니다. 국가가 개인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개인도 국가를 위해 애국심을 발휘하겠죠. 시민의 자율성이 곧 국력인 셈입니다.

개인의 권리가 우선인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와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전체주의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동아일보 기사와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을 읽고 개인이 먼저인지, 국가가 먼저인지에 대한 논술을 써 보세요.

정태선 동화작가 책끼읽끼 소장
#교육#신문과 놀자#애국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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