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과거와 미래를 잇는 역사 이야기]백범 김구의 마지막 꿈은 ‘문화강국’이었다

  • 동아일보

올해 백범 김구 탄생 150주년
유네스코, ‘세계기념해’로 선정
일제강점기 무력 대신 교육 강조
평화 사상 세계적으로 공감 얻어

유네스코는 김구 탄생 150주년을 맞아 올해를 ‘유네스코 세계기념해’로 선정했다. 백범김구기념사업회 제공
유네스코는 김구 탄생 150주년을 맞아 올해를 ‘유네스코 세계기념해’로 선정했다. 백범김구기념사업회 제공
K팝은 더 이상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닙니다. 미국 소니픽처스가 한국 아이돌 그룹을 주인공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흥행을 넘어 전 세계에 한국 문화 열풍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한국의 노래와 춤, 패션이 악당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하는 힘으로 묘사될 만큼 한국 문화는 이제 세계 문화의 중심에 우뚝 서 있습니다.

전 세계가 한국 문화를 즐기고 사랑하는 요즘 70여 년 전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외쳤던 백범 김구 선생(1876∼1949)의 꿈을 떠올리게 됩니다. 2026년은 김구 선생이 태어난 지 1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세계는 지금 한국 문화의 뿌리가 된 김구 선생의 원대한 꿈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 백범 탄생 150주년 ‘유네스코 세계기념해’


지난해 10월 31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제43차 유네스코(UNESCO) 총회에서는 좋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유네스코가 ‘백범 김구 탄생 150주년’인 올해를 ‘유네스코 세계기념해’로 공식 선정한 것입니다. 1994년 서울 천도 600주년, 2012년 다산 정약용 탄생 250주년, 2021년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등을 기념한 것에 이어 한국인과 한국의 문화유산 관련 여섯 번째 쾌거입니다.

유네스코는 세계 문화유산을 선정하고 보존하며 교육, 과학, 문화 분야 보급과 교류를 위해 설립된 유엔 산하 국제기구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2∼1944년 연합국 교육장관들이 영국에서 교육 분야 재건과 세계 평화를 위한 국제기구 창설을 결정했고, 1945년 11월 16일 ‘유네스코 헌장’을 채택했습니다. 이러한 취지로 만들어진 유네스코가 백범을 기념 인물로 선정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입니다. 아울러 중국과 태국, 카메룬 등 아프리카 및 아시아의 8개국이 공동 지지국으로 나선 건 김구 선생의 평화 사상이 전 인류에게 보편적인 공감을 얻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문화의 힘’으로 평화를 꿈꾸다

유네스코는 ‘김구가 제창한 문화와 평화의 가치가 유네스코의 핵심 이념과 완벽하게 부합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김구 선생은 인류 불행의 원인을 ‘사랑과 자비의 부족’으로 진단하고, 이를 채울 유일한 힘이 문화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저서 ‘백범일지’에서 문화의 힘은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타인에게도 행복을 준다고 했습니다. 이는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평화의 문화(Culture of Peace)’와 궤를 같이합니다. 또 각 민족이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켜 인류 전체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상은 유네스코의 ‘문화 다양성 증진’ 활동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1906년 백범 김구 선생이 황해도 은율군 광진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모습. 백범김구기념사업회 제공
1906년 백범 김구 선생이 황해도 은율군 광진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모습. 백범김구기념사업회 제공
20세의 청년 김구는 1896년 황해도 안악군 치하포에서 명성황후 시해범으로 의심되는 일본인을 ‘국모의 원수를 갚겠다’며 맨손으로 처단한 정의로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투사였지만 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이 박탈되자 무력만으로는 나라를 구할 수 없음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그리하여 무력이 아닌 실력 양성에 힘을 기울여 서명의숙, 광진학교 등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어둠을 물리치는 것은 총이 아니라 빛(교육)’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암울한 식민지 상황에서도 김구 선생이 끝내 놓지 않았던 마지막 꿈은 부국강병이 아닌 ‘문화강국’이었습니다.

● ‘문화의 힘’을 사용하는 현명한 방법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로 말미암아 세계로 실현되기를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먹고살기도 힘들었던 당시에는 허무맹랑한 외침으로 들렸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전 세계 사람들은 한국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한국의 웹툰과 애니메이션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이제 김구 탄생 150주년을 맞아 우리는 문화의 힘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요. 따돌림 대신 함께 어울리는 마음, 나라 인종 종교가 달라도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 전쟁과 분쟁을 ‘게임처럼’ 소비하는 대신 평화의 중요성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우리 모두는 김구 선생이 말한 ‘평화의 문화’를 만드는 작은 실천가가 될 수 있습니다. K팝처럼 신나고 K콘텐츠처럼 창의적인 방식으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김구 선생에게 드리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

#백범 김구#유네스코 세계기념해#한국 문화#문화강국#김구 탄생 15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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