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공부스타-시즌2]<3>취업 ‘짱’ 현대자동차 입사하는 경기 평택기계공업고 2학년 김보은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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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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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내고 고치고… 호기심이 공부로 이어졌죠

경기 평택기계공업고 2학년 김보은 양(16)은 올해 2월 현대자동차 입사가 결정됐다. 현대자동차가 선발한 마이스터고 학생 100명 중 그는 유일한 여성이었다. 자동차 생산설비와 기계들을 유지 보수하는 보전분야에 우선 채용된 것이다.

특기는 ‘고장 내기’, 취미는 ‘고치기’

마이스터고인 평택기계공업고 2학년 김보은 양은 올해 2월 현대자동차에 우선 채용됐다. 보전부문 최고 전문가가 되는 게 김 양의 꿈이다.
마이스터고인 평택기계공업고 2학년 김보은 양은 올해 2월 현대자동차에 우선 채용됐다. 보전부문 최고 전문가가 되는 게 김 양의 꿈이다.
어릴 적 덜렁대는 성격 탓에 손에 잡히는 물건마다 떨어뜨리고 부수고 했다. 특히 탁상시계는 성할 날이 없었다. 고장 난 채 두면 부모님께 혼날 것 같아 탁상시계를 분해해 빠져서 돌아다니는 부품을 찾아 제자리에 끼워 맞췄다. 아예 부서지거나 없어진 부품은 과학상자를 뒤져 대체품을 찾아 끼웠다.

시계를 고치다 보니 재미가 생겼다. 고장 난 라디오 스피커를 분해한 뒤 다시 조립하는 게 어느새 취미가 되었다. 호기심은 배움으로 이어졌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매주 수요일 서울 성동구청이 운영하는 발명과학반을 다녔다. 초등 4학년 때는 학교 방과 후 수업으로 과학반에 들어갔다.

마이스터고에 들어가다

고교 선택을 앞둔 중3 때 ‘대한민국 좋은 학교 박람회’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마이스터고를 알게 됐다. ‘내 적성에 딱 맞아!’

진학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일곱 살 많은 친언니였다. “언니는 영화연출을 하고 싶어 했는데 인문계고등학교를 갔어요. 방송고등학교를 갔다면 더 빨리 전공분야의 전문가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제가 좋아하는 기계 고치는 일도 꼭 대학을 가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하지만 고민이었다. ‘딸이 기계공고에, 그것도 (당시까지는) 이름도 생소한 마이스터고에 간다고 하면 부모님이 허락해주실까? 게다가 서울 집에서 떨어져 경기 평택에서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데….’

아버지의 첫 반응은 “여자의 몸으로 뭐 그리 험한 일을 하려 하느냐”는 걱정이었다. 그러나 김 양은 자신이 왜 기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왜 마이스터고에 가고 싶은지를 설명하면서 부모님을 설득했다.

분명한 꿈이 있었기에 김 양은 남들보다 한 발 더 앞서나갔다. 마이스터고 입학 전부터 ‘전국 기능경기대회에 나가 금메달을 딴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곤 다시 세계대회에 나가겠다고 결심했다. 김 양은 입학 2개월 전인 1월부터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는 평택기계공업고 학생들이 모여 기계를 다루며 대회 준비를 하는 ‘기능반’에 미리 들어갔다. 어깨너머로 선배들이 기계를 다루는 노하우를 보고 익혔다.

세계 곳곳 현대자동차 공장을 누비는 그날까지

기계를 고치는 일, 그 일을 향해 일로매진하던 김 양에게 뜻하지 않게 현대자동차 채용 소식이 들려왔다. 김 양은 보전분야야말로 자신이 원하던 일이라고 생각해 도전했다. 서류전형, 인·적성 평가 등의 과정을 거치고 난 김 양을 기다리는 마지막 관문은 면접이었다. 현대자동차 임원들이 면접에서 던진 질문은 “10년 후 현대자동차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입니까”였다. 김 양은 하이브리드 차를 성장 동력으로 제시했다.

“지금까지 하이브리드 차의 단점은 비싼 가격이었지만 10년 후에는 하이브리드 차가 상용화돼 부품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거든요.”

면접을 보기 전 인터넷을 통해 현대자동차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다가 하이브리드 카에 대한 설명을 읽었던 것이 답변에 도움이 됐다. 현대자동차 취업이 확정된 지금, 김 양은 합격 전보다 더 공부에 욕심이 생겼다. 최근에는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자동차를 만드는 기계 중에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 많아요. 그 기계를 고치려면 일본에서 온 전문기술자들과 대화하고 일본어 매뉴얼을 읽을 줄 알아야 하지요. 그래서 미리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어요.” 남들보다 더 빨리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된 김 양의 목표는 무엇일까.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동차를 고치고, 그렇게 번 돈으로 여행을 다니는 것이 꿈이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세계 곳곳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을 다니며 기계를 고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먼저 보전부문에서 최고 전문가가 되어야겠죠?”

※‘공부스타-시즌2’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최하위권을 맴돌다 성적을 바짝 끌어올린 학생,,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뚫고 대학 입학사정관전형에 합격한 학생 등 자신만의 ‘필살기’를 가진 학생이라면 누구라도 좋습니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글·사진 이영신 인턴기자 l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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