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염리동 주민센터 2층에 있는 마을기업 ‘솔트카페’에서 홍성택 염리동 주민자치위원장(왼쪽)과 바리스타 배지희 씨(가운데)가 소금을 넣어 만든 쿠키를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마포구 제공
옛날부터 소금장수들이 많이 살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서울 마포구의 염리(鹽里)동. 마포는 예전에 한강에서 소금배가 드나들며 서울에 소금을 공급하는 곳이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염리치안센터 근방에 있던 ‘보름물께우물’의 명칭은 마포나루에서 소금을 가득 실은 배가 들어온 보름 동안은 물맛이 짜다가 소금이 다 팔린 이후 보름은 물맛이 달았다고 해서 지어졌다고 한다. 이처럼 소금으로 이름 높은 염리동에서 주민들이 ‘솔트(salt·소금)카페’를 만들어 옛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 소금 넣은 쿠키와 음료는 무슨 맛?
염리동주민센터 2층의 솔트카페는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염리동 주민자치위원회 회원들이 동네에 깃든 역사를 살리면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은 뭐가 있을지 고민하다 소금을 테마로 한 카페를 열자고 의견을 모았다. 카페 한쪽 벽면에 염리동에 얽힌 소금 역사를 설명하는 코너를 만들었고 소금을 넣은 쿠키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 바리스타로 취업한 동네 주민 배지희 씨(28·여)는 백석대 외식학부에서 천일염을 이용한 음료와 쿠키 만드는 법을 배워와 본격적으로 소금 메뉴를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달 29일 카페에서 만난 배 씨는 “아직은 오트밀 건포도 쿠키와 브라우니를 만들 때 천일염을 넣어서 단맛을 더 살리는 정도”라며 “소금을 넣은 에이드와 셰이크, 사케라토(셰이크 에스프레소) 등 10여 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의 반응은 뜨겁다. 인근 직장인들은 점심시간만 되면 80석 정도 마련된 이곳을 가득 메우고 있다. 주민 김학동 씨(56)는 “소금을 넣은 쿠키는 짤 것 같았는데 오히려 더 단맛이 나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하루에 팔리는 음료만 70∼100잔이고 쿠키는 40개 가까이 팔려 나간다. 가게에 보관해 둔 자신의 컵을 이용하면 500원을 할인해 줘 인기를 모으고 있다. 카페 한쪽에 마련된 동네 책방 ‘동문고’에서는 8600권에 이르는 책을 읽을 수 있고 빌려주기까지 해 남녀노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 복분자·훈제 소금도 조만간 선보여
역시나 이곳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건 소금. 염리동 주민자치위는 이곳에서 목포대 천일염생명과학연구소가 개발한 천일염 브랜드 ‘천혜보금’을 직거래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농어촌공사와 협력한 이 사업으로 솔트카페는 전남 영광군에서 생산된 고급 천일염을 주민에게 직접 공급하고 있다. 0.5∼20kg 소금을 2600∼4만2000원에 살 수 있다. 이와 함께 목포대가 개발한 복분자 소금과 훈제 소금, 함초 소금 등도 조만간 구입할 수 있다.
솔트카페 대표를 맡고 있는 홍성택 염리동 주민자치위원장은 “마을의 문화적 자산을 살린 카페의 수익금으로 이곳에서 매달 둘째 주 작은 음악회도 열고 있다”며 “본격적으로 소금 판매를 시작한 만큼 연매출을 1억 원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염리동 소금장수를 주제로 동네 주민들이 주연한 연극을 11월 말 공연을 목표로 극단민들레, 서울문화재단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
이곳은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 육성사업에 2년째 선정돼 올해 3000만 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게 됐다. 이와 함께 마포구로부터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지원금 1300만 원도 받는다. 유희봉 마포구 염리동장은 “솔트카페를 통해 동네 주민들의 일자리도 만들고 수익금으로 청소년 장학금도 마련해 지역사회 환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솔트카페 관련 문의 02-3153-6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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