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우리가 붓을 들면 공장 철문도 캔버스다

  • Array
  • 입력 2012년 4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금천예술공장 재능나눔
예술가 -중고생 공동 작업… 공장 벽 등에 벽화 그려

공장 외벽에 달린 문에 멋진 벽화가 완성됐다. 8일 금천예술공장의 ‘아티스트 인 스쿨’
프로그램에 참가한 동일여고 문일고 이화미디어고 한영외고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공장 외벽에 달린 문에 멋진 벽화가 완성됐다. 8일 금천예술공장의 ‘아티스트 인 스쿨’ 프로그램에 참가한 동일여고 문일고 이화미디어고 한영외고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서울 금천구 독산동 대동몰드 공장에는 빨간 벽돌로 쌓은 외벽 가운데 가로 세로 각각 350cm 크기의 철문이 하나 있다. 큰 기계를 들여놓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벽을 부순 뒤 만들어 놓은 문이다. 금천예술공장에 입주한 영국인 설치작가 애덤 톰슨 씨와 고등학생 13명이 8일 이 문을 도화지 삼아 한창 벽화를 그리고 있었다.

페인트 붓을 들고 꼼꼼히 색칠하는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톰슨 씨는 “잘한다(Good job)”며 격려했다. 3월부터 주말마다 4개 팀으로 나눈 학생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밑그림을 그려가며 이날을 위한 기초작업을 해 왔다. 톰슨 씨는 “학생들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뛰어났다”며 “팔이 아플 만도 한데 힘든 작업을 잘 견뎌내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7, 8일 양일간 하루 8시간씩 꼬박 서서 작업을 한 끝에 사과를 들고 서 있는 어린왕자가 등장하는 만화 같은 그림이 완성됐다. 마무리 코팅작업까지 마친 학생들은 서로 얼싸안고 함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미술 선생님의 권유로 벽화 그리기에 참여했다는 이경지 양(17·동일여고 2학년)은 “나뭇잎을 어떻게 칠할지, 가지를 어떻게 그릴지를 배운 것도 좋았지만 공동작업을 통해 서로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 느낀 것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역주민들도 반가워했다. 이날 작업을 지켜 본 김양호 대동몰드 이사는 “공장이 모여 있어 좀 어두운 분위기인 것이 아쉬웠는데 밝은 그림을 보니 내 마음도 따뜻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벽화작업은 서울문화재단이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금천예술공장’의 재능나눔 프로그램인 ‘아티스트 인 스쿨’의 하나다. 금천예술공장에 입주한 작가가 서울시 중고등학생과 팀을 이뤄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금천예술공장은 서울시가 옛 인쇄공장을 리모델링해 마련한 창작공간. 숙식이 가능한 스튜디오 19개와 공동작업실, 공연연습실을 갖췄다. 영국 런던 골드스미스대에서 미술을 공부하는 톰슨 씨를 비롯해 공모를 거쳐 선발된 국내외 예술가 19개 팀이 입주해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재능나눔#벽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