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대학]인생 업그레이드, 사이버大에서 열쇠를 찾다

  • 동아일보

사이버대를 선택한 3인의 이야기


《사이버대가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사이버대의 가장 큰 매력은 온라인 교육으로 언제 어디서나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학생이 해마다 늘어나는 이유다. 전국 20개 사이버대의 협의체인 (사)한국원격대학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입학정원은 3만1125명이다. 재학생은 10만480명으로 이 중 70%가 직장인이다. 사이버대에 입학하는 학생은 저마다 사연을 품고 온다. 사이버대를 졸업한 딸과 어린이 어린이집을 함께 운영하고 싶은 주부,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치고 싶은 영어연극강사, 조선족과 다문화가정을 도와주겠다는 꿈을 가진 봉사활동가….이들은 더 나은 '나'로 거듭나려고 사이버대를 선택했다.》

○ 사이버대 졸업한 딸 덕분에 엄마도!

최춘실 씨(48·여)는 올해 고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1학년이 됐다. 남편이 부동산 사무실을 12년 운영했는데 최 씨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었다. 실무는 탄탄했지만 부동산 공부를 정식으로 하고 싶었다. 고등학생 아들이 있어 시간을 내기 쉽지 않은 최 씨에게는 언제 어디서나 공부할 수 있는 사이버대가 제격이었다.

최 씨가 사이버대를 주저 없이 택하게 된 데는 큰 딸의 영향이 컸다. 큰딸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에서 무용을 전공했다. 해당 대학에서 주최하는 콩쿠르에서 수상한 덕분에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했다.

딸을 사이버대에 보낼 때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 대학보다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은 기우였다. 학부 강의는 온라인으로 듣고 무용 연습은 오프라인에서 하니까 오히려 실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축제와 수련회(MT) 등 다른 사람들을 직접 만날 기회도 많았다.

최 씨는 주로 점심 때나 밤에 수업을 듣는다. 이번 학기 그가 수업은 6개. 부동산정책론 부동산중개론 부동산공법 부동산개론 등 전공수업과 교양 2과목이다. 집에서 강의를 듣다 보니 모르는 내용은 남편이 도와준다. 최 씨는 “하루 한 과목, 1시간 반씩 꼬박꼬박 들으려고 한다. 온라인으로 듣는 만큼 계획대로 하지 않으면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다양한 친구를 사귄다. 20대에서 60대까지, 여러 직업군의 사람을 만나다보면 늦깎이 대학 생활의 재미가 쏠쏠하다.

그는 3학년이 되면 아동보육을 복수전공 할 생각도 하고 있다. 큰딸이 아동상담교육학과를 복수 전공해서 현재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기 때문이다. 최 씨는 “큰딸이 나중에 어린이집을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어서 나도 함께 일하고 싶다. 사이버대가 딸과 나를 더 이어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 아이들 제대로 가르치고 싶어서…

정윤미 씨(28·여)는 현재 하는 일을 더 잘하고 싶어 사이버대를 택했다. 그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영어연극을 가르친다.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막막할 때가 많았다. 정 씨는 “초등학교 5, 6학년 남학생을 가르칠 때였는데 나한테 일방적으로 화내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 잘 다가가려면 그들의 심리를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세종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일을 하는 만큼 일반 대학은 야간이라도 다니기 힘들어 보였다. 사이버대는 일과 병행하는 데 힘들지 않았다. 낮에는 아이들을 만나고 저녁과 주말에는 온라인 수업으로 아이들의 심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공부하면서 배운 내용을 일에 접목시키니 좋은 점이 많았다. 결혼을 하지 않아 아이들을 대하기가 너무 막연했는데 이제는 자신감이 붙었다. 저소득층 아이들은 어려운 환경과 부모에 대한 불만족으로 화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고 나니 대화나 상담하는 기법도 터득하게 됐다. 실제로 아이들이 한결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이론만으로는 배울 수 없는 점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정 씨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원에도 진학할 생각이다.

공부만 도움 되는 게 아니었다. 온라인 수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상담심리학의 특성상 오프라인 토론 프로그램이 많은데,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간접 경험을 쌓는 효과가 생겼다. 정 씨는 “사회생활에서는 불가능하겠지만 학생으로 만나다 보니 40, 50대와도 친구처럼 지내며 인생의 지혜를 배운다. 일반 대학에서는 절대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총학에서 국장과 학교 웹진의 학생기자로 활동하느라 일주일에 한두 번은 서울 광진구의 캠퍼스에 나간다.

○ 봉사활동가에서 전문가로 거듭나려

조양덕 씨(43)는 지난해 원광디지털대 3학년에 편입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대학에서는 무역학, 대학원에서는 멀티미디어학을 전공하고 원음방송 PD로 일했었다. 막상 PD로 일하다 보니 만족하지 못하는 점이 있었다. 조 씨는 결국 방송국을 그만두고 한인잡지를 만들겠다며 중국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언어와 자금 문제로 쉽지만은 않았다.

8년 전에 한국에 돌아온 뒤 중국어를 계속 배우자는 생각에 중국어 자원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한국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조선족과 다문화가정을 많이 만났다. 한국어를 할 줄 알아도 사회에서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사회복지가의 도움은 필수적이었다. 조 씨는 조선족과 다문화가정을 위한 지원센터를 만들고 싶었다.

봉사활동이야 마음만 있으면 되지만 새로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격증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건강가정사 자격증만 취득하려다가 마음을 바꿨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면 사회복지전문학사와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 건강가정사 자격까지 모두 취득할 수 있어 전문성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씨는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어 학교에 매일 나가기가 쉽지 않은데 사이버대는 수업과 시험을 모두 인터넷으로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조 씨가 학교에 전혀 나가지 않은 건 아니다. 사회복지학과 학생회장이라 학술대회와 봉사활동을 주도해야 한다. 사회복지학과의 특성상 복지기관에 근무하면서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따기 위해 입학한 학생이 많아 같은 꿈에 대해 얘기하는 기회가 생겼다.

그는 원광디지털대만의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요가·명상학과 차(茶)문화경영학과 한방건강학과 얼굴경영학과 등 다른 사이버대에 비해 특성화된 학과가 많다는 얘기다. 조 씨는 “지금 다른 일을 하지만 새로운 꿈을 이루고 싶다면 사이버대를 택하라”고 조언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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