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사랑’ 푸드뱅크]<上> 팔 걷고 나선 기업들

동아일보 입력 2011-11-18 03:00수정 2011-11-1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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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곳곳 대형마트가 ‘음식 나눔’ 허브로
추운 날씨에도 누군가를 돕는 따뜻한 손길은 있다. 롯데슈퍼 직원이 지역 푸드뱅크를 통해 결연을 맺은 할머니께 생필품과 음식을 전달하고 있다. 롯데슈퍼 제공·동아일보DB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살고 있는 이기복 씨(44)는 다가올 겨울이 춥지만은 않다.

이 씨는 지난해 12월 ‘푸드뱅크-롯데슈퍼 아름다운이웃 캠페인’의 수혜자로 선정됐다. 그 후로 매달 5kg짜리 쌀 한 포대와 라면 한 박스, 김치를 받고 있다. 음식은 철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초복에는 생닭을 받아서 삼계탕을 끓여 먹을 수 있었다. 여름에는 포도를, 가을에는 배를 받았다. 설과 추석에는 명절음식 재료가 오기도 하고, 휴지나 샴푸 치약 같은 생필품이 오기도 했다. 이 씨는 “끼니 해결에 큰 도움을 주는 것도 고마운데 매달 음식과 생필품까지 달리 해주는 배려가 감사하다”고 말했다. 롯데슈퍼가 푸드뱅크를 통해 결연한 가정은 총 1000여 곳이다. 연간 4억 원가량의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푸드뱅크가 확산되고 있다. 푸드뱅크란 음식이 부족한 사람과 음식이 남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일종의 ‘식품은행’이다. 식품 제조기업이나 유통기업, 개인으로부터 식품과 생활용품을 기부 받아 결식아동, 홀로 사는 노인과 장애인에게 나눠준다.

푸드뱅크는 보통 식품을 시설이나 개인에게 직접 배달한다. 반면에 푸드마켓은 일판 슈퍼처럼 식품을 진열해놓고 저소득층이 직접 골라 담도록 한다. 다만 푸드마켓을 이용하려면 별도의 푸드마켓 카드가 있어야 한다. 푸드마켓에 있는 사회복지사와 상담한 뒤 심사를 통과하면 이용 자격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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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푸드뱅크와 푸드마켓 407곳이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하루 22만 명이 이곳을 통해 음식과 생필품을 공급받고 있다. 수혜자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2003년에만 해도 하루 이용자는 2만5000명 수준이었지만 2007년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거치면서 11만 명을 넘어섰다. 2009년에는 21만 명을 뛰어넘었고, 지난해에는 다시 22만8000여 명으로 늘었다.

전국 곳곳에 있는 대형마트들은 푸드뱅크의 소중한 기부자다. 대형마트의 유통망이 기부의 ‘일등 공신’이다. 대형마트들은 지점별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푸드뱅크에 일대일로 물품을 직접 공급하고 있다. 2001년부터 기부를 시작한 신세계 이마트가 지난해까지 기부한 물품을 금액으로만 따지면 총 60억 원에 이른다. 신세계 이마트는 기부액을 계속 늘려 올해에만 20억 원을 지역 푸드뱅크에 기증했다.

신세계 이마트는 137개 지점 모두 기부자다. 인근 푸드뱅크에서 가까운 이마트에 용달차를 갖고 찾아온다. 재고품이거나 남아도는 물건을 일방적으로 주는 게 아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내놓는 것도 아니다. 푸드뱅크가 먼저 사람들이 선호하는 음식이나 물품을 요청하면 이마트 측에서 물건을 내어주는 방식이다. 일종의 ‘맞춤형 기부’인 셈이다. 최병렬 이마트 대표는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 푸드뱅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점포를 많이 갖고 있는 유통업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빵과 케이크를 기부하는 곳도 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호텔신라는 인근 중구 푸드뱅크에 2004년부터 지금까지 6억 원어치의 빵과 케이크를 기부했다.

푸드뱅크는 1965년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 거주하던 존 헹겔이란 인물이 밥을 굶는 사람들을 위한 봉사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급식소 앞에 길게 줄 서 있었다. 그러나 길가에 있는 레스토랑들은 먹을 수 있는 식자재를 버리고 있었다. 헹겔 씨가 식당들에 “기부를 해 달라”고 호소해 음식을 받았다. 그 음식은 곧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세계 최초의 푸드뱅크인 세인트 메리 푸드뱅크는 그렇게 시작됐다. 식품을 기부하고 싶거나 이용하고 싶은 사람은 1688-1377로 전화하면 된다. www.foodbank1377.org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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