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수도권매립지 악취전쟁… 코 찌르는 아라뱃길

  • 동아일보

■ 인천공항-청라지구 인근 주민들 분통

매립용량의 70%를 넘어선 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 환경관광명소를 만들기 위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그에 앞서 심각해지는 악취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매립용량의 70%를 넘어선 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 환경관광명소를 만들기 위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그에 앞서 심각해지는 악취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축구장 2800개 크기의 세계 최대 규모 쓰레기매립지인 인천 서구 백석동 수도권매립지(1541만 m²)에서는 요즘 ‘악취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20년간 매립된 서울 경기 인천지역 생활쓰레기에서 발생한 매립가스가 정상 처리되지 않은 채 대거 지표면으로 확산되면서 인천국제공항, 경인아라뱃길, 청라국제도시 등 주변 지역에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최근 입주가 본격화된 청라국제도시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고 인천시장, 지역 국회의원도 이곳 아파트로 거주지를 옮겨 ‘악취 현장’을 체험하고 있다. 환경부는 10∼13일 매립지 일대에서 관계기관과의 악취 합동조사를 벌였다.

12일 쓰레기 매립이 한창인 제2매립장. 제1매립장 사용이 끝난 2000년 10월부터 3개 시도의 쓰레기를 묻기 시작해 최종 매립단계인 8단 중 6단까지 매립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매립 쓰레기에서 나오는 악취 가스를 포집하는 주요 관로 699개 중 여러 개에서는 가스 누출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관로들의 지상 돌출부에는 점토를 바르고 비닐을 덧씌우는 응급조치가 이뤄지고 있었다. 또 매립지 부동침하 영향으로 가스 이송관로가 뒤틀리거나 막히는 등 기능을 상실한 것도 있어 교체작업도 이뤄지고 있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악취대책전담기구를 편성해 철저한 현장 실사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최근 악취를 유발하는 주요 지점을 발견해 긴급 수리를 마쳤다. 매립지 전체에서 발생한 가스를 한곳으로 모아 전력을 생산하는 50MW 크기의 발전시설에 문제가 있었다. 매립가스(LFG) 압력을 올려주는 터보 공랭식 ‘승압 블로어’의 대형 흡입기 3개 중 2개에서 생긴 틈새로 악취가 계속 새나갔던 사실이 확인됐다.

이 같은 응급처방에도 불구하고 주변 지역에 풍기는 악취 농도는 여전히 높다. 매립지에서 10km 이상 떨어진 인천국제공항 인근 영종도 아파트단지에서도 바닷바람을 타고 건너온 매캐한 매립지 냄새가 수시로 날 정도다.

전문가들은 매립가스 처리시설을 아무리 완벽히 설치한다 하더라도 가스 포집량을 최대 85% 정도로 보고 있다. 매립지 발생 가스의 15%는 주변 지역으로 날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수도권매립지에서의 유출량은 이보다 더 많다. 수도권매립지의 매립가스 발생량이 분당 781m³이고, 이 중 소각 또는 발전용으로 사용되는 포집 가스량은 564m³라고 인천시가 밝혔다. 결국 발생량의 30%가량이 땅속 어디에선가에서 나와 대기로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10년 주기로 가스 포집관을 전면 교체해야 하는데 11년 된 제2매립장에서의 교체율은 17%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매립지에서는 부동침하가 심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새는 관로가 많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제2매립장에서의 가스 표면 발생량을 2009년 60%에서 올해 80%까지 줄이려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매립지 안팎 19곳에서 조사한 인천시보건환경연구원 측정 결과는 충격적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악취의 주범인 황화수소 농도가 악취를 맡을 수 있는 감지농도 0.5ppb보다 최대 1760배 높은 881.5ppb나 됐다. 매립지에서 2∼5km 떨어진 청라국제도시에서는 올 1분기 0.4ppb, 2분기 1.9ppb, 3분기 9.2ppb로 점점 악취가 심해졌다.

공사 측은 “올 7, 8월 사상 초유의 장마로 매립지 균열이 많아졌고 부패가 심한 수해쓰레기를 대거 받아 악취가 특히 심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점점 심해지는 악취를 잡으려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공사는 1차로 170억 원을 들여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밀폐화, 매립복토면 보수, 외곽지역 수림대 조성 등의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이어 1000억 원의 재원을 추가로 마련해 악취를 감소시킬 수 있는 첨단 시설개선사업을 지속적으로 벌여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이보다 더 강력한 악취근절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악취배출부담금 부과 등 제도 개선과 매립지 내 자원재활용 시설인 환경에너지종합타운 건립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