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아냐?” 귀화 외국인 사우나서 문전박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3일 14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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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 출신 여성 인권위 진정.."인종차별금지 특별법 제정해야"

"한국인과 겉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당하는 일이 없도록 인종차별 금지법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귀화 여성 구수진(본명 쿠르바노바 클리브리다·30) 씨는 13일 경남 창원시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달 부산의 한 사우나에서 겪었던 인종차별에 대해 밝혔다.

2009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구씨는 9월 25일 부산시 동구 초량동의 집 근처 사우나를 찾았다가 직원과 주인에 의해 출입을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구 씨는 자신이 한국 국적을 취득한 '한국인'임을 밝혔지만, 주인이 "외국인이라 에이즈에 걸렸을 수 있다. 한국 손님들은 사우나에 외국인이 오는 걸 싫어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구 씨는 이런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출동한 경찰관으로부터 "개인 업소에서 외국인 출입을 거부하는 걸 규제할 수 있는 현행 법률이 없다"는 말을 듣고 결국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고 한숨지었다.

주인 정 씨는 이에 대해 "예전에 에이즈에 걸린 외국인이 들어온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한국) 손님들이 외국인이 출입하는 걸 싫어해서 못 들어오게 했다"면서도 "외국인이라 에이즈에 걸렸을 거란 말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7살난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가 앞으로 한국인과 겉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처입게 되진 않을까 걱정이 된다"며 "아이가 행복하게 자랄 수 있으려면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돼야 한다는 생각에 회견장에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2년 한국 생활을 시작한 이후 외국인이라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했던 일, 식당 출입을 거절당한 일 등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는 외국인을 차별하는 일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외국인 이주민 인종차별 금지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주민센터 이철승 소장은 "우리는 현재 130만명의 이주민과 함께 살고 있다"며 "단지 외모나 출신국이 다르다는 이유로 일상생활에서 그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사회통합 실패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로서는 인종차별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형법이 없기 때문에 구 씨 사례와 관련해 지난 1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고, 차후에 인권위의 권고안을 토대로 특별법 제정을 위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사우나 주인 정 씨가 쿠르바노바 씨의 정신적 피해를 보상할 수 있도록 민사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사례는 국적이 한국인 '한국인'이 단지 겉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당해 인권위에 진정을 넣은 첫 사례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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