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공업계열 특성화고를 올해 졸업한 A 씨(18)는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컴퓨터 게임을 즐기며 지낸다. 음식 배달이나 PC방 아르바이트를 잠시 하다 그만뒀다. 그는 “취업이 잘 안돼서 장사를 해보려고 한다”고 말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A 씨의 고교 3학년 시절 담임교사는 “졸업할 시점에는 아이들의 진로를 파악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불가능하다. 몇 명이나 A 씨 같은 생활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A 씨처럼 고교를 졸업하고 진학도 취직도 하지 않은 ‘무직’ 또는 ‘진로 미상(未詳)’ 학생이 1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고교 졸업자의 졸업 후 진로 상황 통계를 분석한 결과 무직 또는 진로 미상 학생은 2006년 5만3990명에서 2010년 9만7670명으로 1.8배로 늘었다.
이는 일반계고와 특성화고 모두 같은 추세다. 무직 또는 미상인 고졸 출신은 일반계고의 경우 2006년 11.2%에서 2010년 17.5%로, 특성화고는 2006년 5.2%에서 2010년 9.1%로 각각 높아졌다.
정부는 “최근 2년간 대학 진학률이 계속 감소했고 고졸 취업률이 소폭 증가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지만 그 사이에 진로가 명확하지 않은 학생은 더 많아졌다는 얘기다.
이런 고졸 출신 중 일부는 대입 재수생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직 또는 미상이 늘어나는 이유를 재수생 증가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2008∼2010년 재수생은 4000여 명 늘었지만 무직 또는 미상인 고졸은 같은 기간 4만여 명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학 진학을 위한 공부도, 취업도 하지 않는 고졸 ‘백수’가 많아진 셈이다.
일반계열과 특성화계열이 혼합된 서울 덕수고 이상원 교장은 “대입 재수를 하지 않는 경우라면 나머지 고졸은 대부분 저소득층 출신이다. 특히 서울 학생이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 소재 대학에 갈 만한 성적이 안 되는 고졸자가 지방대로 가기에는 비용 부담이 너무 큰 데다 서울에서는 취업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의 무직 또는 미상인 고졸 출신은 32.7%로 전국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이 교장은 “1990년대만 해도 기업들이 군대에 갔다 온 고졸자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했기 때문에 졸업생 개개인을 학교에서 파악하고 있었다”며 “고졸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고졸 백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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