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윤모 씨(32)는 올해 추석 귀경길에 7시간을 꼬박 고속도로에서 보냈다. 경부고속도로의 버스전용차로제를 믿고 12일 오후 3시 고속버스를 탔지만 고향인 경북 구미를 출발해 서울에 도착하니 오후 10시가 넘었다. 평소에는 3시간 걸리는 거리였다. 윤 씨는 “천안을 지나면서부터 버스전용차로까지 주차장이 됐다”며 “매년 반복되는 정체 때문에 제대로 명절을 즐길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올 추석 어디가 가장 막혔나
매년 명절이나 휴가철에는 어김없이 고속도로 교통체증이 반복된다. 14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 기간에 전국 고속도로를 이용한 차량은 하루 평균 376만 대로 지난해보다 6.5% 증가했다. 귀성길은 10일 낮 12시 무렵에, 귀경길은 추석 당일인 12일 오후 4시에 가장 정체가 심했다.
동아일보와 도로공사가 추석 연휴 기간(10∼13일) 고속도로 정체 지역을 분석한 결과 경부선은 안성→천안, 오산↔안성 분기점(양방향), 천안분기점→천안이 가장 붐볐다. △서해안선은 매송→비봉, 당진분기점→서산, 서평택 분기점→발안, 서산→당진 분기점 △영동선은 신갈 분기점→안산 분기점 △중부선의 경우 곤지암→경안 등 10곳이 가장 막힌 구간으로 분석됐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들 지역은 이번 추석뿐 아니라 과거 4년간 설과 추석, 여름 휴가철에도 가장 체증이 심했던 곳이다. 과거에 막혔던 곳이 계속 막히고 있는 것이다. 경부고속도로의 경우 안성에서 오산까지 평균 서행속도(체증 시 평균 속도)가 시속 41km에 그쳤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울방향 서평택 분기점→발안 구간은 평균 서행속도가 시속 34km에 불과했다. 다른 지역도 서행속도 40∼50km였다.
체증이 심했던 구간 대부분은 고속도로가 만나는 분기점이었다. 도로공사 측은 “경부선은 천안논산고속도로가 합류하는 천안부터 급격히 교통량이 늘어나 수도권까지 정체가 이어졌다”며 “분기점 지역은 추석에 맞춰 내놓은 대책에도 별 효과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 근본적인 대책은 없나
이번 추석 연휴 동안에도 주요 정체구간마다 요금소에서 차량 진입이 통제됐다. 갓길을 주행할 수 있는 ‘갓길 가변차로제’도 실시됐다. 그러나 명절 교통체증은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지 않았다. 그나마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실시간 교통정보를 활용하는 운전자가 늘어 체증이 다소 줄었다.
교통전문가들은 명절과 휴가철의 교통체증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 단기적 처방보다는 장기적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상습 정체 구간의 교통 흐름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이 구간의 차로를 넓히는 대책이 우선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명절과 휴가철의 정체가 매년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가 차량진입 통제나 갓길 이용 같은 단기적 처방보다는 발상을 전환해 장기적 차원의 새로운 교통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통연구원은 명절 기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가 KTX를 예약하듯 사전에 고속도로 이용구간과 시간대를 예약하는 ‘고속도로 통행예약제’를 주장했다. 연구원 측은 “도로 건설에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한데 교통량이 가장 많은 시점을 기준으로 도로를 확충하는 것은 예산 낭비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명절 낮 시간에는 통행료를 많이 받고 심야에는 가격을 낮추는 ‘통행료 탄력운용제’나 2인 이상 탑승 차량이 이용하는 차로를 확대하는 ‘다인승 전용차로제’도 검토 대상이다. 도로공사 이재광 교통관리차장은 “고속도로가 1년 중 교통량이 30번째로 많은 날인 ‘K30’을 기준으로 설계하다 보니 명절 교통량을 모두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현재 다양한 대안들을 검토하고 있으며 지자체별로 도로를 확충하고 있고 고속도로도 추가로 건설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체증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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