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市만 믿고 외국인 홈스테이 준비했는데…”

  • 동아일보

서울시 6월말 일방 중단… 2년간 364가구에 588명만 찾아

7월 중순 추정림 씨 집에서 홈스테이를 한 중국 학생들. 추 씨는 서울글로벌패밀리 2기에 선정됐지만 6월 말부터 사업 종료 통보를 받아 민간 업체와 함께 홈스테이를 진행하고 있다. 추정림 씨 제공
7월 중순 추정림 씨 집에서 홈스테이를 한 중국 학생들. 추 씨는 서울글로벌패밀리 2기에 선정됐지만 6월 말부터 사업 종료 통보를 받아 민간 업체와 함께 홈스테이를 진행하고 있다. 추정림 씨 제공
노후를 고민하던 추정림 씨(65·여·서울 강남구 일원동)는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가정집에서 숙박서비스를 제공하는 홈스테이 프로그램 공고를 보고 참여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서울시에서 실시하는 ‘서울글로벌패밀리(SGF)’ 행사였는데 신청서를 내자 ‘선정됐다’는 통지를 받았다. 서울시를 대행해 SGF를 운영하는 서울관광마케팅 측은 신청자의 가정을 직접 방문해 집안 곳곳을 둘러보고 집주인을 인터뷰한 뒤 207가구를 뽑았다. 서울시가 손님을 연결해 주기 때문에 직접 외국인을 찾아 나설 필요가 없어 지원 가정은 1000곳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추 씨는 외국인 게스트에게 집을 숙소로 제공하는 호스트 역할에 대한 교육도 여러 차례 받았다. 다른 호스트 200여 명과 함께 ‘다문화의 이해’와 같은 인문적 기초 교육과 매너, 외국어 등 실용교육도 이수했다. 교육을 마치자 서울시장 명의로 된 인증서도 줬다.

살림집도 손님맞이를 위해 새로 꾸몄다. 처음에는 침대를 하나 더 들여놓는 수준으로 꾸밀까 했지만 가족 단위 손님까지 받을 수 있도록 비어있는 2층에 침대와 TV, 컴퓨터를 새로 마련했다. 웬만한 숙박시설 부럽지 않게 편의시설을 장만하는 데 400만 원 가까이 들었다.

올해 상반기 프로그램이 시작됐지만 외국인은 기대했던 만큼 오지 않았다. 상반기(1∼6월)에 이 집을 찾은 외국인 손님은 1명뿐이었다. 하룻밤에 1인당 4만 원을 받고 아침식사까지 주는 저렴한 조건이지만 홍보가 부족해 손님이 오지 않은 것. 추 씨는 “함께 교육받은 다른 호스트 상당수는 손님을 한 명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추 씨는 6월 말 서울관광마케팅 측으로부터 “6월 30일부로 SGF를 중단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용해 오던 홈스테이 공식 홈페이지(www.seoulhomestay.net)도 폐쇄됐다. 추 씨는 “개인적으로 외국인 손님을 유치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서울시 말만 믿었다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구본상 서울시 관광과장은 “서울에 외국인 홈스테이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아 기획했는데 이후 민간 홈스테이 업체가 6곳 생겨 공익사업으로 진행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선정된 가정이 민간업체의 도움을 받아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09년 12월 SGF 1기 250가구를 선발했고 지난해 11월에는 2기 207가구를 뽑았다. 첫 사업 시작부터 6월 말까지 홈스테이를 운영한 364가구를 찾은 외국인은 2년간 588명에 불과했다. 사업이 종료돼 2009년 사업 홍보를 위해 쓴 2억 원과 지난해 3억 원의 예산은 무용지물이 됐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