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500명의 누드… 82만명의 분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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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누드사진 빼내 사진전… 女작가 “美선 새로운 예술” 황당 해명

《국내 유명 다이어트 관련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회원들의 반나체 사진이 본인 동의 없이 누드 사진전에 도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카페는 가입한 회원만 82만 명 이상으로 국내 다이어트 관련 카페 중 최대 규모다. 30일 카페 측에 따르면 미술작가 김보라 씨(28·여)는 이 카페 게시판 중 ‘몸매 진단 익명 게시판’과 ‘감량 후 평가 게시판’ 등에 올라와 있는 회원들의 나체 사진 500여 장을 내려받은 뒤 인화해 자신의 첫 사진전 ‘뉴 누드(New Nude)’ 작품으로 활용했다. 카페 회원들이 이 카페 게시판에 자신의 현재 몸매 또는 다이어트 성과를 평가해달라며 직접 찍은 전신사진을 올렸으며 거의 대부분 여성이다. 대부분 속옷만 입거나 나체 상태인 자신의 사진을 찍어 올렸다.》
이 사이트는 정회원만 게시판에 접속할 수 있으며 ‘개인 사진은 외부로 유출하지 않는다’는 카페 규칙과 회원들 간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돼왔다. 하지만 자신의 사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지난달 18일부터 서울 종로구 연건동의 한 갤러리에서 공개되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해당 카페가 발칵 뒤집힌 것이다.

카페 회원들은 카페 운영진에게 “수치스럽고 불쾌하기 짝이 없다”며 강력히 항의한 상태. 이에 대해 운영진은 지난달 29일 “대한법률구조공단과 상담한 결과 허락 없이 어떤 사진도 사용이 불가능하며 형사 고소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긴급 공지를 올렸다. 회원들은 명예훼손, 저작권 침해 등의 이유로 김 씨를 공동 고소하는 한편 5일까지 열릴 예정인 전시회에 대해서도 전시중지 가처분신청을 내기로 했다.

한편 김 씨는 30일 오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07∼2011년 카페 게시판에 올라온 누드 사진들을 활용한 작품”이라며 “일반인들이 자신의 몸매를 평가해달라며 직접 올린 누드 사진들이 현대 사회 여성의 몸에 대한 의식 및 현재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개인 허락 없이 사진을 사용한 문제에 대해서는 “사진 속 개인이나 카페에 허락이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허락 없이 사진을 사용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저작권 개념에 대한 의문도 던지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또 그는 “한국에서는 아직 남들이 올린 사진을 이용해 전시회를 여는 일이 드물지만 미국에서는 최근 새롭게 뜨고 있는 예술 분야”라며 “남이 찍은 사진을 그대로 재촬영하거나 인터넷상에 떠도는 사진들을 모아 전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카페 측의 강력한 항의로 일단 이날 사진전을 일시 중단했다. 그는 “갤러리에 피해가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일시 중지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시 전시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의 행위에 대해 미술평론가인 최병식 경희대 미대 교수는 “전시회도 예술이기 이전에 사회적 활동”이라며 “만약 이번 일이 미국에서 일어났더라면 인권 침해와 맞물려 더 엄중한 비난을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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