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전자소송 첫 집중심리 재판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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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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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더미 서류 없어 ‘깔끔’… 노트북 클릭 ‘변론 척척’

30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첫 전자소송의 집중심리 재판이 열렸다. 법정에는 과거와 달리 재판과 관련된 모든 서류를 열람할 수 있는 노트북이 설치돼 좀 더 효율적인 재판이
이뤄졌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30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첫 전자소송의 집중심리 재판이 열렸다. 법정에는 과거와 달리 재판과 관련된 모든 서류를 열람할 수 있는 노트북이 설치돼 좀 더 효율적인 재판이 이뤄졌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류 대신 노트북컴퓨터, 프레젠테이션(PT) 자료로.’

3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416호 법정에서는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이 하나UBS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상대로 낸 230여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집중심리 재판이 열렸다.

공단은 두 회사의 권유로 헤지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며 230여억 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소송액수가 큰 만큼 관련 서류도 방대한 것이 당연한 일. 일부 재판에서는 서류 수만 장을 옮기기 위해 수레를 쓰기도 하고 시야가 가릴까봐 서류 더미를 바닥에 내려놓는 일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이날은 서류더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판사석과 원고 및 피고석에는 노트북 5대가 설치됐다. 소장, 증거기록 등 재판 관련 서류도 바로 열람할 수 있도록 법원행정처 서버와 연결된 노트북이었다. 보통 법정에는 판사석과 참여관석에만 PC가 설치돼 있다.

서류 더미가 사라진 이유는 2일 전자소송 시행 후 전국 법원 중에 처음으로 전자기록을 이용한 심리가 진행됐기 때문. 피고 측 대리인들만 약 1m 높이의 서류 더미를 수레에 싣고 법정에 들어왔지만 “변론 때 참고만 하려고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서류를 사용하지 않고 프레젠테이션 자료 등을 이용해 ‘멀티미디어형 변론’을 했다.

과거에는 증거기록을 찾으려면 수북이 쌓인 서류를 일일이 뒤져야 했다. 서류 하나 찾으려고 2, 3분씩 허비하다 재판 자체도 늘어지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날 심리에서는 참여관이 ‘전자소송 기록뷰어’ 프로그램을 스크린에 띄우자 클릭 한 번으로 모든 서류를 열람할 수 있었다. 다른 자료를 제시할 때도 각 노트북이 스크린과 연결돼 있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시행 초기라 전자기록이 뜨는 속도가 느리거나 대리인들이 마음이 급할 땐 가져온 서류를 직접 보여주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와 당사자들 모두 전자소송은 처음이라 미숙할 수 있다”며 “전자소송이 정착되면 재판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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