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주 산간 가시리 마을 新바람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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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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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기행-국궁-댄스스포츠 등 문화학교 큰 호응
농사 끝내고 저녁에 강좌… 1200여 주민 활기 넘쳐

가시리문화학교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소통의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진은 문화학교 약초기행 프로그램 모습으로 길잡이인 윤갑로 씨가 약초의 효능을 설명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가시리문화학교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소통의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진은 문화학교 약초기행 프로그램 모습으로 길잡이인 윤갑로 씨가 약초의 효능을 설명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어린 나무는 손대지 마세요. 새순은 필요한 만큼만 따세요.”

1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대록산 등산로 입구 주변. 청미래덩굴 으름덩굴 보리수나무 찔레나무 등이 우거진 숲 속에서 약초기행 길잡이를 맡은 윤갑로 씨(56)의 설명이 이어졌다. 수강생들은 귀를 기울이며 약초 잎을 카메라에 담았다.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13년 동안 제주에서 약초 등으로 몸을 다스리고 있는 윤 씨는 “단순히 약초를 달여 먹는 것보다 약초를 얻기 위해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준비하고 숲을 거니는 과정 모두가 병을 치유하고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수강생들이 어린 둥굴레를 밟자 곧바로 윤 씨의 호통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수강생들은 가시에 찔리며 어렵게 모은 구지뽕나무 잎을 다음 날 손질하며 차를 만들었다. 강모 씨(60·제주시 조천읍)는 “유기농 농사를 짓다가 우연히 약초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긴 풀과 나무에 여러 효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약초기행은 농림수산식품부 신문화공간조성사업에 선정된 가시리문화학교의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 가시리문화학교는 지난해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 뒤 올해 약초기행을 비롯해 타악동아리 어린이영상 국궁 목공 천연염색체험 기공체조 댄스스포츠 등을 운영하고 있다. 각 프로그램은 매주 1, 2회 농사일이 끝난 저녁시간에 이뤄진다. 주민총회 등에서 주민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내로라하는 전문가를 강사로 초빙했다.

이 문화학교 운영으로 1200여 명이 사는 농촌마을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안봉수 신문화공간조성사업추진위원장은 “미적미적하던 주민들이 지금은 ‘다른 프로그램이 없느냐’고 말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변했다”며 “가시리마을이 전통과 현대문화가 어우러진 소통, 교류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28일에는 문화교실의 핵심시설인 문화센터가 문을 연다. 지역에서 나온 농산물을 이용한 ‘로컬 푸드 전문점’, 제과 및 커피전문점, 공연장 등이 들어선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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