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자에 올라가 춤추게 하고”…‘나는 남편의 하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2일 09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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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시집 온 10대 처제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50대 형부 사건이 지난 1월 충격을 준데 이어 이번에는 남편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한 필리핀 여성이 현금을 갖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한국인 김 모(46) 씨와 혼인신고를 한 필리핀인 A(23·여) 씨. A 씨는 비자 문제로 입국하지 못하다가 지난해 10월2일 한국에 들어와 김 씨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A 씨는 김 씨가 이혼을 했고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지만, 살림을 꾸렸다.

그런데, 남편은 태도가 돌변해 '가혹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입국 당일부터 A 씨를 드라이버로 위협해 청소를 시켰고 대부분의 끼니를 라면과 초콜릿으로 때우게 했다. 남편은 나이트클럽에서 탁자 위에 올라가 춤을 추게 하는가 하면 필리핀 여자들을 데려와 술집에서 일을 시키고 돈을 벌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급기야 남편은 말다툼 도중 A 씨에게 수갑을 채운 채 삼단봉으로 때릴 듯이 위협했고 한국말이 서툰 A 씨는 자신이 아무도 모르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도망쳐야겠다는 절박한 생각이 들었다.

결국 A 씨는 한국에 온지 2주 만인 지난해 10월16일 오전 7시께 수면제를 탄 커피를 먹여 김 씨를 잠들게 한 뒤 현금 20여만 원과 김 씨의 여권 등을 가지고 집을 나갔다가 붙잡혀 기소됐다.

이처럼 한국인 남편의 몹쓸 짓을 견디다 못해 함께 한지 불과 2주 만에 물건을 챙겨 도망친 결혼 이주여성에 대해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동부지법 제11형사부(설범식 부장판사)는 남편에게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한 뒤 현금 등을 가지고 달아난 혐의(강도)로 기소된 필리핀인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생명과 신체에 위협을 느껴 탈출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었고 굳이 여권을 빼앗으려고 수면제를 탄 커피를 줬다고 보기 어려워 강도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귀금속이나 고가의 노트북 등은 가지고 나오지 않았고 현금은 사건 전날 훔친 것으로 보여 수면제 섞인 커피를 마시게 한 것과 물건을 챙긴 행위 사이에 인과 관계가 없다"고 판시했다.

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배심원 7명도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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