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비 등 저소득층 지원 원클릭 시스템, 학생들 상처 안받게 한다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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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준 몰라 발동동… 신청해도 결과 감감

서울 동작구에 사는 주부 김인희(가명) 씨는 최근 ‘교육비 원클릭 신청 시스템(oneclick.mest.go.kr)’을 찾았다가 분통을 터뜨렸다. 이 시스템은 저소득층 학부모가 온라인으로 학교 급식비 등의 교육비를 신청하도록 새 학기에 생겼다.

전과 달리 교사를 통해 신청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학부모가 직접 등록하므로 학생 본인도 모르게 지원할 수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접수가 시작된 후 학부모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 행정실에 문의하니 “담임에게 물어보라”


김 씨는 2일 원클릭 홈페이지가 열리자마자 접속했다.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인 두 아이의 교육비를 신청하기 위해서였다.

남편이 운영하던 사업체가 파산해 김 씨 가족은 2년 전 차상위계층이 됐다. 한 달 수입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쳤다가 지난해부터 그 기준(143만9413원·4인 가구)을 10만 원 정도 넘기게 됐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심사를 통해 지원 여부가 확정되는데 열흘 가까이 되도록 결과를 알 수 없어 답답해하는 중이다.

김 씨는 “며칠 전 학교에서 보낸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급식비와 학교운영지원비를 다음 주까지 내라는데 지원 대상이 될지 안 될지를 아직 모른다. 지원되는 기준이라도 명확히 알려주면 좋을 텐데…”라고 말했다.

특히 걱정되는 건 방과후교실 신청이다. 그는 “다음 주면 방과후교실 접수가 끝나고 반 배정이 마무리된다. 당장 1만∼2만 원이 아쉬운 사람이 어떻게 미리 신청할 수 있겠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신청서에 나온 대로 학교 행정실로 문의했지만 담임교사에게 물어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상담을 받으려면 담임선생님한테 물어봐야 하는 거잖아요. 기존 방식과 뭐가 다릅니까. 방과후교실도 뒤늦게 들어가면 저소득 지원 대상이라는 걸 다른 아이들이 다 압니다.”

중학생인 김 씨 아들은 이미 한 차례 상처를 입었다. 예비소집일에 학교를 갔더니 교사가 다른 학생들 앞에서 무료 교복티켓을 나눠줬다. 아들은 “좀 창피했는데 그래도 공짜 교복 생겼으니 다행이지”라고 말해 김 씨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 저소득층과 거리 먼 등록 시스템


온라인 신청 방식이 저소득층 가정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많은 저소득층 학부모가 인터넷에서 인증을 받고 신청하는 데에 익숙하지 않다. 홈페이지에서 동영상으로 신청 방식을 안내하지만 설명이 부족해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교과부 홈페이지에는 이런 불만을 호소하는 글이 적지 않다. 장애로 몸이 불편하다는 한 학부모는 “기초생활수급자인데 부부 두 명 다 휴대전화가 있겠습니까? 인터넷뱅킹에 쓰는 공인인증서가 있겠습니까? 부부가 다 지체장애인인데 결국 포기하고 아이 편에 신청서를 보낼 수밖에 없겠군요”라며 한탄했다. 온라인 신청을 할 때는 학부모가 공인인증서나 휴대전화, 신용카드로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신청서의 용어가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예를 들어 차상위 자활 대상자, 차상위 본인 부담 경감 대상자, 건강보험료 조회 대상자로 가구 유형을 분류하는데 상담을 받지 않고서는 작성하기 힘들다는 것.

한 학부모는 “신청상담 전화번호인 1577-6243으로 수십 번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조차 되지 않았다. 교과부 안내 데스크로 연락했더니 그런 항의 전화를 하루에 200통 이상 받는다고 하더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김 씨는 “새 제도로 아이들 눈칫밥 안 먹게 하겠다는 거 아니었는가. 교육비 지원 신청서를 애들 편에 보내는 게 영 마음이 쓰였는데, 결국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기대만큼 실망도 컸다”고 말했다.

교과부 측은 “온라인 신청 시스템을 처음 시행하다 보니 착오가 발생한 것 같다. 각급 학교에 대한 지도도 철저히 하겠다”며 “19일까지 접수를 마치고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결과를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신청 결과 지원자로 선정되면 미리 낸 교육비를 환불해 준다는 게 교과부의 설명이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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