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까지 부르는 아파트 층간 소음…어쩌면 좋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6일 12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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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경기의 한 아파트로 이사 온 A 씨. 그는 최근 몇 달 째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위층에 사는 30대 후반의 부부와 4살가량 된 이들의 자녀 때문이다.

이사 후 5개월이 지났을 때부터다. 위층 아이가 매일 밤 오후 11시부터 새벽 늦게까지 뛰어다니며 '쿵쿵' 소리를 냈다. 물건을 끄는 소리와 어른 발소리도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참다못한 A 씨는 위층으로 올라가 초인종을 누르고 양해를 구했다. 위층 부부는 "조그만 아이가 뛰면 얼마나 뛰겠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A 씨는 해뎡 지역에 있는 콜센터에 문의했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실 역시 층간소음에 주의하라는 방송만 내보낼 뿐이었다.

지칠 대로 지친 A 씨는 요즘 혹여 도움이 될까 위층 소음을 동영상 녹화기기로 녹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고통은 비단 A 씨만의 일이 아니다. 층간소음 관련 민원은 완연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6일 환경부에 따르면 2009년 소음·진동 민원 건수는 총 4만2400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주요 소음 배출업소나 공사장 소음 관련 민원은 약간 감소했다. 반면 공동주택 층간소음 민원은 2008년과 비교해 26%가 증가했다.

늘어난 민원 건수만큼 피해 분쟁 조정으로 이어진 사례도 많았다. 층간소음 관련 조정 건수는 지난해 말까지 총 1922건으로 전체 분쟁조정사건의 86%를 차지했다.

일부는 분쟁조정 과정을 밟기도 전에 몸싸움을 벌이거나 심지어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B(42) 씨는 지난해 2월 광주 북구 운암동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층간소음 문제를 놓고 다투던 이웃 주민을 손으로 밀어 넘어뜨려 어깨 등에 6주간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C(45) 씨는 지난해 3월 대구 수성구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로 다투던 이웃 주민을 살해한 후 달아났다가 하루 만에 경찰에 자수하기도 했다.

유명 기업 사장과 정치인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맷값 폭행으로 최근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은 최철원 M&M 전 대표(41)는 2006년 6월 자신의 아래층에 살고 있던 외국인이 층간소음에 항의하자 야구방망이를 들고 찾아가 협박을 하기도 했다.

김용서(70) 전 수원시장도 층간소음에 항의하는 아래층 주민 이모(58·여)씨를 폭행한 혐의로 수원 남부경찰서에 소환될 처지에 놓였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늘어나자 행정당국도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특히 서울시는 공동주택 층간소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환경분쟁조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조정위는 층간소음 분쟁 관련 신청서를 접수해 합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조정위는 손해배상이 주를 이루는 소송과 달리 알선·조정·재정 등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피해배상 금액도 한층 커졌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올해 초 생활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피해 배상액을 30% 인상키로 결정했다.

기준초과정도가 5~10㏈이고 피해기간이 1월 이내인 경우 소음의 경우 배상액은 기존 17만원에서 22만1000원으로, 진동은 8만5000원에서 11만1000원으로 인상된다.

게다가 소음과 진동이 동시에 기준을 초과할 경우 배상액이 많은 쪽에 30%를 가산토록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책은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층간소음을 막는 근본적인 방법은 층간 두께를 늘리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서울시 환경분쟁조정팀 관계자는 "층간소음 때문에 찾아오는 민원인 대부분이 국토부 주택건설기준이 바뀐 2004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2004년 개정된 주택건설기준은 각 층간 바닥충격음을 경량충격음 58㏈ 이하, 중량충격음 50㏈ 이하로 규정하고 있지만 2004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시간만이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암울한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민소득 수준이 올라가면 그에 따라 건축비가 올라가면서 자연스레 층간 두께도 늘릴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러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한 전문가는 "주무 부처인 환경부와 국토부가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 빨리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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