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설설 긴 출근길, 제설 공무원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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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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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진 기자
최성진 기자

회사원 장모 씨(36·대구 달서구 용산동)는 14일 오전 7시 40분경 차를 몰고 집을 나왔다. 눈이 제법 내리고 있었지만 폭설은 아니라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평소처럼 달구벌대로를 타고 대구시청 인근 사무실로 출근하려고 했다. 그런데 죽전네거리∼내당역 구간에서 심각한 교통체증이 계속돼 어쩔 수 없이 달서구청 쪽으로 방향으로 틀었지만 마찬가지였다.

도로 위에는 제설작업을 하는 차량이 보이지 않았다. 영화칼슘 등을 뿌린 흔적도 없었다. 장 씨는 평소보다 3배 정도 많은 2시간 이상 걸린 끝에 사무실에 간신히 도착했다. 그는 “자치단체들이 좀 더 발 빠르게 대응했다면 이 정도 눈에 ‘출근대란’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불평했다. 기자도 이날 오전 7시 25분경 대구 수성구 만촌네거리 부근 집을 나와 경북도청(대구 북구 산격동)으로 향했다. 주로 왕복 6차로 이상의 대로를 따라 시속 20∼30km로 서행했다. 수성구과 동구, 북구 등 3개 구 관할 지역을 지나며 살펴봤으나 도로 위에 염화칼슘이나 모래 등을 뿌린 흔적이 전혀 없었다. 또 이를 뿌리는 차량이나 제설차도 볼 수 없었다.

이날 오전 8시까지 대구에 내린 눈은 2cm 정도였다. 이런 적설량 때문에 도심 교통이 마비되다시피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날 대구기상대가 대설주의보(오전 7시부터 발효)를 내린 것은 오전 6시 40분. 기상대 발표도 늦었지만 이때부터라도 대구시와 구군 등이 발 빠르게 대응했다면 출근길 시민들의 불편이 다소 줄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대구시 측은 이날 오전 5시부터 구군에 소집발령을 내리고 주요 도로에 염화칼슘과 흙을 많이 뿌렸다고 주장했다. 대구시 김종도 건설방재국장은 “시민들이 출근길에 제설차를 볼 수 없었던 것은 대구 전체에 제설차가 60여 대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각 구 등에서 염화칼슘과 모래를 상당량 뿌린 것으로 보고돼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체감행정’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얘기다.

이날 시민들의 불편을 막기 위해 대구 지역 공무원들이 얼마나 신속하게 열심히 일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매년 겨울 이런 일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채 반복되고 있다. 시민들은 한 번만이라도 ‘공무원들이 잘 대응해줘 고맙다’라는 느낌을 갖기를 바란다. 신공항과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등 거창한 실적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대구시 등이 신뢰를 얻으려면 시민들이 실생활에서 큰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최성진 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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