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크, 불법선교 혐의 한국인 1명 추방… 작년이후 8명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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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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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서 위험한 선교… 테러-피랍사태 발생 우려

2007년 한국인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기독교 선교 활동을 하다 탈레반 세력에 납치돼 2명의 희생자를 낸 아프간 피랍 사태. 그 일에 연루됐던 A선교단체가 최근 아프간에서 다시 선교를 시도하려는 정황을 정부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11일 “최근 한 개신교 해외선교단체가 아프간에서 선교 활동을 하려고 하니 아프간을 여행 금지 국가에서 풀어달라고 정부에 요청해온 적이 있다”며 “A단체도 아프간 선교를 재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부 선교단체의 공세적 선교 활동으로 또 다른 피랍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활동하거나 내전으로 테러 위험이 높은 중동 국가에서 선교 활동으로 의심되는 시도가 연이어 발생해 현지 한국대사관들이 긴장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8일 한국인 1명을 불법선교 혐의로 추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우즈베키스탄의 친정부 뉴스 웹사이트인 프레스우즈에 따르면 이 한국인은 우즈베키스탄 사법부의 경고를 수차례 받고도 선교 활동을 계속한 혐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한국인 7명이 불법선교 혐의로 우즈베키스탄에서 추방된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알리지 않고 추방하는 사례도 있음을 감안하면 그 수는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불법선교 혐의로 모로코에서 추방된 한국인 목사 B 씨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초 모로코 재입국을 시도해 현지 한국대사관이 B 씨의 입국을 자제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모로코는 지난해 한국인 4명을 불법선교 혐의로 추방했다.

최근에는 모로코 정부의 선교 단속을 피해 인근 모리타니로 선교사들이 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리타니는 지난해 난민촌 시위대와 보안군 간에 유혈 충돌이 일어나는 등 치안이 불안해 주요 지역이 여행 자제 또는 제한 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지난달 주모리타니 한국대사관은 선교사 C 씨가 한국 기독교인 8명을 초청해 사하라 사막을 경유해 여행하겠다고 알려와 이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C 씨는 여행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에는 선교사 4명을 포함한 기독교인 15명과 또 다른 선교단체가 파견한 선교사 1명도 모리타니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세력에 의한 테러가 자주 발생하는 파키스탄에서도 지난달 4일 선교단으로 의심되는 대학생 4명이 북부 지역을 방문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오지탐험을 가장한 대학생 선교가 파키스탄과 이란 등에서 반복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에서는 한국 선교단이 중국 국경을 통해 몰래 입국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멘에도 대학생과 단기 선교팀이 입국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예멘의 한 대학에서는 한국인 선교사들이 선교 쪽지를 나눠주다 적발돼 쫓겨나거나 허가증 없이 선교여행을 하다가 검문소에서 적발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중동 지역 한국대사관의 관계자는 “극단적 선교단체 중에는 이런 곳(중동 지역)에서 순교하는 게 영광이라고 한다는 얘기까지 들린다”고 우려했다. 외교 소식통은 “무슬림이 반발해도 선교의 사명을 완수해야 한다는 신념에 따른 것이겠지만 이런 선교 활동이 반복되면 한국인들이 비밀경찰의 감시 대상이 돼 현지 한인사회 전체가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들 공격적 선교단체의 현지 입국을 막을 방법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선교 목적이 아니라고 주장하면 일반 관광객과 구분하기 어렵다”며 “현지 대사관이 선교단체로 강하게 의심해도 이를 입증해 강제로 돌려보낼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털어놨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허찬미 인턴기자 서울대 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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