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백화점 물품보관창고에서 현금 10억 원이 담긴 괴상자가 발견된 후 ‘묻지 마 보관’ 업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0억 원 상자’를 보관한 모 업체는 보관자의 신원을 철저하게 확인하지 않았으며 1년간 보관료 201만여 원을 받고 이 상자를 보관해줬다. 관련업체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에는 이 같은 방식으로 개인 또는 회사 물품을 맡아주는 업체가 4, 5군데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일 기자가 찾은 시내의 한 물류보관업체 관계자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고객 비밀 유지가 생명”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보관 물건이 은행이나 집에 맡기기 어려울 정도로 크거나 은행보다 맡기고 찾기 편하다는 이유로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며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물건을 몰래 맡기려는 사람도 가끔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에는 지난해 한 중년 남성이 “서류도 보관이 되느냐”고 물은 뒤 트럭 2대 분량의 박스를 싣고 와 맡겼다. 회사 관계자는 “서류를 맡긴 후 얼마 되지 않아 대규모 세무조사가 실시됐는데 탈세 은폐를 위해 서류를 숨긴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며 “하지만 정확한 과정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업체 측은 한 여성 연예인이 맡긴 개당 가격이 1000만∼2000만 원으로 보이는 가방 몇 개를 보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회사가 물건을 보관하는 개인용 캐비닛은 반투명 유리. 이 여성은 흐릿하게나마 비치는 것을 막기 위해 유리 안쪽에 검은 천을 대달라고 부탁까지 했다는 것이다.
한편 10억 원의 주인을 찾기 위해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0일 상자를 맡긴 고객이 남긴 휴대전화 번호 3개가 모두 명의자와 사용자가 다른 ‘대포폰’임을 확인했다. 경찰은 돈 상자에서 나온 지문 4점 중 2점은 물품보관업체 직원 것이었고 나머지는 누구의 것인지 확인되지 않아 돈을 맡긴 사람이 남겼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물품보관업체 주변 폐쇄회로(CC)TV 15대의 영상도 확보해 현금 보관 의뢰인의 신원 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상자에 담긴 현금은 은행에서 갓 인출한 새 돈이 아닌 헌 돈이었다. 통상 비리 사건에는 추적이 용이한 새 돈을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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