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 또 가혹행위에 집단 이탈

  • 동아일보

“세면때 거울보지 말라… 동기와 대화말라… 욕해도 관등성명 대라…”
강원경찰청 소속 6명 PC방서 피해신고뒤 복귀, 2005년에도 두차례 물의… 경찰청장 “부대 해체”

강원 원주시의 한 전경부대에서 구타 및 가혹행위와 관련해 집단 이탈 사건이 발생해 경찰청이 해당 부대를 해체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강원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3일 오전 4시경 횡성군에서 구제역 방역지원 근무를 하던 강원경찰청 307전경대 이모 이경(20) 등 6명이 숙소인 횡성읍의 모텔에서 무단이탈했다가 36시간 만인 24일 오후 4시 복귀했다.

이들은 이탈 직후인 오전 4시 45분경 원주시의 한 PC방에서 가혹행위에 관한 피해 내용을 e메일에 적어 서울경찰청 112신고센터에 보냈다. 경찰이 공개한 선임병들의 가혹행위 유형에는 △동기들과 말을 못하게 하고, 눈동자도 돌리지 말 것 △욕을 해도 관등성명을 댈 것 △고참들의 기수와 이름, 군가를 시간 내에 외울 것 △MP3는 첫 외박 후 사용할 것 △세면 시 거울도 보지 말 것 등이 담겨 있다. 이탈 전경들은 이 같은 지시사항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 주먹으로 구타를 당하는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입대한 동기들로 12월 2일 전입해 같은 달 24일 횡성으로 파견됐다. 이들을 포함한 부대원 21명은 모텔에서 4인 1실로 생활하며 현직 경찰관 1명의 통제 아래 1일 6시간씩 4교대 근무를 해왔다. 선임 대원 및 직원을 상대로 사실 여부를 조사 중인 강원경찰청 관계자는 “구타나 가혹행위가 사실로 드러나면 가해자는 형사 입건하고 지휘요원은 관리 소홀의 책임을 엄정히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구타나 가혹행위가 구조적이고 고질적으로 이어져 온 전의경 부대는 아예 해체하고 경찰관들에게 전의경이 하던 일을 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강원경찰청처럼 다수의 신입 전경에 대해 고참들이 공공연하게 가혹행위를 자행한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심지어 경찰관도 가담했다고 하는데 정말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90명 규모의 307전경대는 조만간 해체돼 다른 부대로 병합될 예정이다. 이 부대는 2005년 6월 알몸신고식 사진 인터넷 유포와 같은 해 7월 전경 3명의 잇단 탈영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원주=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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