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신성인’ 통학버스 운전사에 추모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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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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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미끄러진다” 30m달려가며 학생들 대피시키다가…
광주 남구, 의사자 신청검토


광주의 한 여자고등학교버스 운전사 김모 씨(53)가 미끄러져 내려가는 버스를 보고 학생들을 대피시키다가 숨진 사실이 알려져 추모 물결이 일고 있다.

사고는 18일 오후 6시경 광주 남구의 한 여고 안에서 발생했다. 당시 김 씨는 25인승 통학버스를 타는 학생들을 태우고 있었다. 이미 버스 안에는 2학년 학생 8명이 타고 있었다. 김 씨가 학생 한 명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순간 버스가 비탈길(경사 7도)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김 씨의 눈에는 비탈길을 따라 귀가하는 학생 20여 명과 담 주변에 모여 있던 학생 10여 명이 들어왔다. 그는 뛰어가며 “버스가 덮친다”며 고함을 질러 학생들을 대피하도록 했다. 그는 30여 m를 뛰어가며 담 주변에 있던 학생들을 대피시켰고, 그 순간 뒤에서 점차 속도가 붙으며 미끄러져 내려오던 버스가 김 씨를 덮쳤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고 직후 김 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4시간 만에 숨졌다. 담 주변에 모여 있던 김모 양(18) 등 2명은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

김 씨의 살신성인(殺身成仁)이 알려지자 광주 남구는 김 씨를 의사자로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영호 남구청장은 20일 유족을 찾아 위로하기로 했다.

인터넷에서는 추모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 ‘하르방’은 “죽을 때까지 자기 책임을 다 하셨군요. 이젠 좋은 곳에서 편안히 쉬실 수 있기를…”이라고 추모했다. 누리꾼 ‘티아라’는 “자신을 돌보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신 기사님, 존경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광주남부경찰서 측은 “김 씨가 버스가 비탈길에서 미끄러져 내려간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큰 사고가 날 뻔했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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