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받아 42%를 직원 월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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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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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성금 저금통 빼먹은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경인지부중앙회도 운영비로 20% 써… 복지부, 횡령의혹 감사 착수

초등학생들이 저금통에 모은 성금을 직원들이 횡령했던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경인지부가 후원회비와 성금, 기부 물품 판매 수입 등을 합친 단체 수입 가운데 절반 이상을 운영비로 사용해 운영비 비중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보 4일자 A14면 참조 빼먹을 게 따로 있지 ‘고사리손 정성’을…

○ 수입 100원 중 55원 이상이 운영비

6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협회 경인지부의 2008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부는 수입 3억2083만 원 중 직원 인건비,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55.7%인 1억7875만 원을 썼다. 인건비로 쓴 돈은 1억3488만 원으로 수입의 42%였다.

현행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은 기부금 모집비용이 모금액의 15%를 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회원들의 후원회비는 운영비로 제한 없이 쓸 수 있다. 경인지부가 2008년에 얻은 수입의 67.6%(2억1699만 원)는 회원의 후원회비와 자동이체서비스(CMS) 후원금이었다. 저금통을 통한 ‘사랑의 동전 모으기’ 수입은 5598만 원(17.4%)이었다. 경인지부는 지난해에도 수입(4억8957만 원)의 42.4%(2억773만 원)를 단체 운영비로 사용했다. 지난해 후원금은 4억7422만 원이었지만 소아암을 앓는 어린이에게 지원된 돈은 56%인 2억6560만 원이었다.

협회 제주지부와 충청지부도 2008년 각각 세입의 26.9%와 23.9%를 단체 운영비로 썼다. 협회 중앙회는 2009년 수입 15억5699만 원 중 20.1%(3억1338만 원)를 운영비로 썼다. 중앙회는 올 2월 19일 열린 정기총회 결산보고서에서 지난해 이월금 8억9106만 원을 올 세입에 포함시켜 단체 운영비 비율을 12.8%라고 보고했다.

이철수 경인지부 사무국장은 “중앙회 호봉기준에 따라 사무국장 연봉이 4000만 원대 중후반, 직원 2명의 연봉은 각각 2000만 원대 중반, 나머지 직원 1명의 연봉이 2000만 원 미만”이라며 “단체 규모가 작아 인건비 비중이 높지만 직원들이 열심히 뛰어 환아 지원비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 복지부 “정관 고쳐 협회가 지부 감사”

복지부는 동아일보 보도로 직원들의 횡령 사실이 드러난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를 종합감사하기로 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협회 후원 사업과 기부운영 현황에 대해 감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복지부는 감사 전 협회가 6개 시도 지부에 대한 감사권을 행사하도록 정관을 고치라고 지시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이 단체에 대한 지도점검을 통해 회계처리대장 미비치, 현금투자 흐름 불투명 등을 지적했지만 협회는 지적사항을 고치지 않았다. 협회는 또 2005∼2007년 경인지부 사무국장 등 직원 4명이 ‘사랑의 동전 모으기’ 모금액을 빼돌린 사실을 적발하고도 복지부에 보고하거나 검경에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다. 협회는 복지부에 등록된 사단법인으로 6개 지부와 7개 회원단체를 두고 백혈병이나 암에 걸린 어린이를 지원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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