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겨레 뒤로 하고’…황장엽 영결식장 눈물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4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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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하직할 영이별 시간이라고 / 값없는 시절과 헤어짐은 아까울 것 없건만/(중략)/여한 없이 최선 다해 받들고 가자 / 삶을 안겨준 조국의 / 거룩한 뜻 되새기며"('이별' 중)

14일 오전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고(故)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유작시가 낭송되고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자 장내는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됐다.

황 전 비서는 시에서 안타까워한 것처럼 '고향에 묻히겠다'는 희망을 잠시 미룬 채 갈라진 조국 남녘에서 영면했다.

두 손을 깍지 끼고 먼 곳을 응시하는 모습의 영정사진 곁에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놓였다.

참석자들의 헛기침 소리는 금세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조사에 이어 조명철 전 김일성종합대학 교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추도사를 읽어 내려가자 눈을 지그시 감고 듣던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황망한 표정으로 시선을 내리깔고 있던 황 전 비서의 수양딸 김숙향(68) 씨도 끝내 고개를 숙이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황 전 비서와 24시간을 함께 하며 경호하던 보안요원들은 태극기로 뒤덮인 오동나무 관을 옮기며 마지막 길을 가는 고인을 엄숙히 호위했다.

인민군 출신 탈북자로 구성된 북한인민해방전선 전사 20여명은 전투복 차림으로 굳은 표정 속에 영결식장을 지키다가 영결식이 끝나자 고인의 유해를 실은 운구차 양쪽에 도열해 마지막 거수경례를 올렸다.

참석자들은 버스 네 대에 나눠 타고 장지인 국립 대전현충원으로 향했고 수양딸 김 씨도 장례위원회 관계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고인을 뒤따랐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영결식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한나라당 박진 의원, 현인택 통일부 장관 등 정관계 인사와 유족 및 탈북자 모임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해 장내를 가득 채웠다.

그러나 13년 전 고인과 운명의 망명을 함께 택했던 '아우' 김덕홍 씨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영결식을 마친 황 전 비서의 유해는 별도의 노제 없이 국립 대전현충원 국가사회공헌자 묘역으로 옮겨져 오후 3시 안장식을 치른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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