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엄마 대신, ‘이모’가 다 해줄게” 공부 관리전담 집사… 신종직업 ‘新이모’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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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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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생 자녀 둔 입시 베테랑 주부… 다른 집 아이 학습의 모든 것 챙겨줘
아이와 생활하며 숙제지도는 물론 학원선택-담임교사 면담까지

그래픽 임은혜 happymune@donga.com
그래픽 임은혜 happymune@donga.com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어머니 P 씨(43·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최근 한 온라인 학부모 카페를 통해 정보를 얻어 특목고 입시설명회에 다녀왔다. 엄마들 10명이 모인 이 소규모 설명회의 주최자는 첫째 자녀를 외국 명문대에 보낸 ‘선배 엄마’. 이 엄마는 둘째 자녀도 수도권의 한 외고에 입학시킨 전력이 있어 엄마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학교나 대형학원이 주최하는 설명회가 아니라 엄마들이 ‘티타임’ 형식으로 모이다 보니, 엄마들 간 솔직한 이야기가 오갔다. 주최자의 조언도 노골적이었다.》

“P 씨 딸은 이번에 ○○외고에 지원한다면서요? 중국어과 가려면 지원동기가 중요한 것 아시죠?” “‘스펙’은 좋네요. 하지만 예민한 성격의 여자아이라면 기숙사는 피하는 게 좋아요. 우리 애도 지금 거기 있는데 기숙사에 문제가 좀 있다더군요.”

설명회가 끝난 뒤 주최자는 엄마들에게 쿠폰 하나씩을 건넸다. 쿠폰에는 ‘50% 할인’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주최자는 “내가 자녀교육에 성공한 노하우와 정보가 많다. 엄마들이 부탁하면 내가 아이를 개인적으로 맡아서 고입은 물론 대학 진학까지 책임지고 관리해줄 수 있다”면서 “생각 있으면 빨리 연락하라”고 했다.

P 씨는 “딸을 키워본 같은 엄마의 입장에서 내 딸의 일상을 총체적으로 관리해 준다는 말에 끌렸다. 일반학원의 컨설턴트와는 차별화된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 엄마 대신 담임교사 면담까지 대행


명문고와 명문대에 자녀를 진학시킨 엄마들. 그들이 자신의 경험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다른 집 자녀의 입시교육과 생활을 총괄 관리해주고 돈을 받는 신종직업이 생겨났다.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은밀히 활동하는 이들은 고용인과 그 자녀들로부터 ‘이모’라고 불린다.

이들 이모는 엄마를 대신해 아이의 등하교를 시키는 일부터 학원숙제를 지도하는 일까지 두루 책임진다. 쉽게 말해 잠자는 시간만 빼고 하루 종일 고용인의 집에 머무르면서 집안일을 제외한 엄마 역할과 가정교사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것이다.

서울 강남 학부모들 사이에서 교육정보에 밝기로 유명한 J 씨(45·서울 강남구 대치동). 초등학생 자녀를 둔 J 씨도 얼마 전 이모를 만난 적이 있다.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J 씨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온 이모는 “내가 맡고 있는 아이와 당신 아이를 중심으로 그룹을 짜서 과외강사를 구해보자”고 접근해왔다.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는 사교성이 뛰어나고 말재주가 있었다. 그는 J 씨에게 자신을 고용인 집의 ‘집사’라고 소개했다.

이모들은 엄마를 대신해 다른 학부모와 교류하며 정보를 수집한다. 인근 지역의 상위권 학생들과 사교육 팀을 짜기도 한다. 또 유명학원 설명회에 빠짐없이 참석하면서 어느 학원의 어떤 강사가 유명하고 잘 가르치는지에 관한 정보를 집약해 아이의 학원 스케줄을 짜기도 한다. 심지어 친엄마를 대신해 자신을 ‘이모’ 혹은 ‘엄마 쪽 친척’이라고 밝히면서 아이의 학교 담임교사를 만나 성적과 학교생활에 대해 상담하기도 한다.

이들이 매달 받는 보수는 적게는 150만∼2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학습 및 생활을 ‘관리’만 해주는 수준이면 적게 받고, 아이의 숙제를 지도해주는 ‘옵션’이 추가되면 보수가 올라간다. 일부 학부모는 영재교육원이나 국제중, 특목고를 목표로 한 상위권 자녀의 과제를 지도해줄 이모를 찾는 과정에서 교사자격증을 가진 인물로 특정하기도 한다. 이모들은 아이의 영어 과제를 손쉽게 해결할 만큼 영어실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으며, 명문대 이공계 출신 이모들은 학생이 혼자 풀기 어려운 고난도 수학문제까지 해결해주기도 한다고 학부모들은 전했다.

하지만 이모들이 오직 돈을 위해서만 활동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최근 자녀교육을 위해 이모 고용을 고민 중이라는 서울 강남의 한 학부모는 “이모가 생계를 위해 일하는 건 아니다. 사교육을 동원해 자기 자녀를 특목고를 거쳐 국내외 명문대에 보냈을 정도면 기본적으로 경제력이 있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다만 자녀교육에 성공한 뒤 그냥 집에서 노느니, 자신이 쌓은 노하우나 정보력을 최대한 활용해 내 아이처럼 다른 자녀의 교육도 성공해 보이겠다는 성취욕구와 프라이드가 강하다”고 전했다.

◆ 이모, 고소득 맞벌이 학부모가 찾는다

그렇다면 이들 이모는 왜 출현하는 걸까? 이모를 고용하는 학부모들은 고소득 전문직 맞벌이인 경우가 많다. 경제적으로는 여유로워도 자녀교육엔 세심한 신경을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 아이를 명문대에 보낸 ‘성공사례’를 갖춘 이모들은 내 아이를 명문대에 보내줄 수 있는 매력적인 ‘해결사’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이모들은 명문대에 진학한 자신의 자녀를 예로 들며 아이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하는데, 일부 이모는 자신의 자녀를 고용인의 자녀와 직접 만나게 함으로써 대학생활에 대한 이야기나 공부법에 관한 구체적인 조언을 들려주도록 하는 ‘특별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두 자녀를 명문대에 입학시킨 뒤 학부모 상담사로 활동 중인 L 씨(50·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도 지난해 이모 역할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 집은 준 재벌 수준의 집안이었어요. 집에 돈은 많아도 어머니가 초등학생인 셋째 아이를 어느 학원에 보내야 할지, 공부는 어떤 과목을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거죠. 요새는 엄마의 정보력이 입시성공의 관건이라고들 하잖아요. 돈은 얼마든지 주겠으니 풀타임으로 일해 달라고 제안해왔어요.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있어 거절했어요.”(L 씨)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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