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宋인천시장 취임 10일만에 ‘행정타운설치’ 4월 발표 백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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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도화동 주민들 ‘취소’ 서명운동
“市재정 파탄상태” 발언엔 시민들 불안감 고조

지난달 28일 오후 8시경 인천 남구 도화동 경인전철 제물포역 북광장. 불과 1년 전만 해도 수많은 인파로 북적거렸지만 거리는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2009년 8월 인천대가 ‘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에 따라 송도국제도시에 새 캠퍼스를 지어 떠나면서 이 일대 상권은 사실상 몰락했다. 하지만 인천시가 4월 14일 지지부진한 이 일대 ‘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을 위해 인천도시개발공사 등 5개 행정기관을 이전해 ‘제2행정타운’을 짓겠다고 발표하면서 동네에 활력이 생겼다.

하지만 송영길 인천시장이 취임한 지 열흘 만에 행정타운을 서구 루원시티(서구 가좌동 일대 도시개발사업 지구)로 옮기겠다고 밝히면서 도화동 주민들은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수도권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여야 권력교체가 이뤄진 인천은 새 시장의 취임 한 달을 맞았지만 갈등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 주경기장 재검토로 확산되는 갈등

인천 남구 도화동에서 30년째 살고 있는 유광근 씨(63·도화2, 3동 발전협의회장)는 행정타운 조성계획을 원안대로 추진할 것을 요구하는 주민 2만 명의 서명을 받기 위해 뛰고 있다. 그는 “시가 결정해 공표한 행정 내용과 계획을 시장이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인천시는 시교육청을 옮기겠다고 밝혔다. 행정타운 건설 예정지가 뒤바뀐 것은 송 시장이 취임한 뒤 서구 아시아경기대회 주경기장 신설 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서구 주민을 중심으로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 이 지역 국회의원과 민주당 출신 구청장, 서구지역 주민들이 나서 집단 반발하자 ‘반대급부용’으로 행정타운을 루원시티로 옮기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 재정 어렵다는 말에…주민 불안

인천시 재정이 어렵다는 송 시장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주민도 불안하다. 송 시장은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인천의 빚이 10조 원에 이른다. 인천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도국제도시에 230m²(약 70평형) 아파트를 갖고 있는 강모 씨(40)는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값이 폭락해 힘든데 시 재정이 파탄지경이라는 말이 계속 나오면서 불안하다”며 “시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산 대비 채무비율만 보면 인천시의 부채 수준은 전국 7개 특별시, 광역시 가운데 중위권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인천시의 연간 예산은 7조8283억 원, 채무액은 2조3343억 원으로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29.82%이다. 대구(38.63%)와 부산(35.15%)이 인천보다 높은 반면 울산(26.29%) 광주(24.3%) 대전(18.12%)은 낮다. 송 시장이 시 재정 위기의 원흉으로 지목하는 인천도시개발공사도 자본(순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241%로, 7개 특별시와 광역시의 도시개발공기업 중 다섯 번째다. 서울시 SH공사(505.5%) 울산도시공사(346%)는 인천도개공보다도 부채 비율이 높다.

송 시장 측은 시와 인천도개공의 채무액이 지난해 말 6조8000억 원에서 올해 말 9조4000억 원으로 늘어나는 등 부채비율이 급속히 늘어나 대형 사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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