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 우리학교 공부스타/서울 정신여고 2학년 신채린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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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0일 03시 00분


성적 오르자 책임감도 껑충… ‘우연이 아니란 걸 보여줘야해!’

《일본 애니메이션 ‘허니와 클로버’의 남자주인공 다케모토 유타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미대생이다. 수줍음이 많아 짝사랑하는 여자한테 고백하지도 못한다. 겨우 성사된 취직은 무산되고, 뚜렷하게 하고 싶은 것도 없다. 성실한 노력파이지만 주변의 재능 넘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괴감에 고민하다 결국 자전거를 타고 ‘자아 찾기’ 여행을 떠난다.

신채린 양(16·서울 정신여고 2)은 그런 다케모토가 자신과 가장 닮은 캐릭터 같다고 했다. “제일 평범하고, 아직 성숙해 가는 과정에 있는 모습, 또 소심한 성격이 저와 비슷해요. 저도 뭔가 실수를 했거나 잘못한 느낌이 들 때 툴툴 털어버리지 못하고 계속 담아 두거든요. 공부도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참 속이 상해요.”》
신 양은 그래서인지 반성에 익숙하다. 자기 자신에 엄격한 편이다. 충분히 노력하면 흡족하고, 그렇지 못하면 자존심이 상한다.

드라마 PD가 꿈이라는 서울 정신여고 2학년 신채린 양.
드라마 PD가 꿈이라는 서울 정신여고 2학년 신채린 양.
고등학교 첫 학기 전교생 547명 중 54등으로 상위권에 든 신 양은 2학기 때 전교 94등으로 떨어졌다. 기말고사 3일 전 감기에 걸린 것. 한창 신종인플루엔자가 유행할 때였다. 공부를 해도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에 “감기 때문이니 시험 망해도 뭐라고 하면 안 된다”며 엄마에게 엄포를 놓았다. 그런데 막상 떨어진 성적표를 받아드니 자책감이 밀려왔다.

“감기 걸려서 공부를 못했다는 건 핑계였던 것 같아요. 의지만 강하면 일어나서 공부할 수 있었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거든요. 제 모습이 바보 같다고 생각했어요.”

겨울방학을 맞은 신 양은 진지하게 지난 1년을 돌아봤다. 펜을 잡고 앉아 있기만 할 뿐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멍하니 보낸 시간이 많았다. 한때 소설가를 꿈꾸고 문예반 활동을 했던 신 양은 공상을 즐겼다. 가만히 앉아서 ‘우리 가족이 나중에 어딘가 여행을 가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는 평범한 아이의 이야기’ 등을 상상하곤 했다. 하지만 ‘내가 서울대 갈 수 있겠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는 생각으로 100%의 노력을 쏟아 붓지 않았던 자신이 어쩐지 한심해 보였다. 오기가 생겼다.

2학년이 된 신 양은 1학년 때는 생각만 하고 지나쳤던 공부방법을 실천했다. 영어교과서의 본문을 통째로 외웠다. 영어원문을 쓰면서 외운 뒤 자습서의 한글 해석만 보고 다시 영어로 옮겨 써봤다.

“학교 영어시험은 몇몇 외부 지문을 빼고는 교과서에서 다 나와요. 외부 지문은 만약 틀려도 내 실력이 부족한 거니까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교과서 관련 문제는 틀리지 말자는 다짐을 했어요.”

수학은 틀린 문제를 대여섯 번씩 반복해 풀었다. 한 번 틀린 문제는 풀이방법을 알고 넘어가도 며칠 후 또 틀리는 게 화가 났다. 모르는 문제는 꼭 선생님에게 묻고 넘어갔다.

특히 신 양이 1학년 때와 크게 달라진 점은 ‘집중해서’ 공부하는 시간이 늘었다는 것. 자꾸 멍해지거나 공부가 잘 안 될 때는 차라리 잠을 잤다. 수업시간에 정신 차리고 깨 있기 위해서라도 충분한 수면은 필수였다. 하루 7시간 이상은 꼭 잤다. 책상 위에 엎드려 자는 건 수업하는 선생님에게 예의가 아니다.

“시험 기간에도 자정 즈음에는 잤어요. 다음 날 일어나 새벽 1시에 시험내용을 물어본 친구의 문자를 봤을 땐 내가 공부를 너무 안 하나 싶어 불안했죠. 그래도 그만큼 자고 나니 시험을 볼 때 정신이 맑았어요. 1학년 때는 새벽 1시나 2시까지 공부하곤 했는데 정작 시험시간엔 피곤해서 비효율적이더라고요.”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예전보다 조금 더 노력한 만큼 반에서 5등 안에만 들기를 내심 바랐다. ‘시험 잘 보게 해주세요’가 아니라 ‘실수하지 않고 공부한 만큼 보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다. 그런데 기대하지도 않은 결과가 나왔다. 인문계 420명 중 12등. 반 등수는 1등이다. 어안이 벙벙했다. 예상보다 훨씬 높게 나온 성적이 쑥스러워 제일 친한 몇몇 친구 외에는 이야기도 안 했다. 묵묵히 다짐했다. 생각지도 않게 성적이 올랐으니 그 성적에 책임감을 가지고 앞으로 더 노력하자고.

그의 현재 꿈은 방송국 드라마 PD가 되는 것이다. 신 양의 장래 희망은 다양하게 바뀌어 왔다. 바이올린을 배우던 초등학교 때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었다. 중학교 때는 소설가, 화가, 애니메이터를 꿈꿨다. 그중에서도 드라마 PD는 신 양이 가장 오래도록 간직한 꿈이다. 2년 전 TV드라마 ‘달콤한 인생’을 보면서 예쁜 화면과 탄탄한 스토리 구성에 반한 뒤 이 꿈을 품게 됐다. 다른 드라마를 보면서도 ‘이 장면에선 이렇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 상상 연출을 하면서 꿈을 키웠다.

신 양은 1%의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99%의 사람들이 공감하는 평범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 그는 이 꿈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달리고 있다. 공부를 하다 보면 영화나 전시를 보는 시간을 따로 갖기 어려워 올해부터는 친구들과 문화체험반 특별활동을 시작했다. 최근엔 서울 중구에 있는 신당창작아케이드에 가서 금속공예 도자공예 등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둘러보고 무료체험을 했다. 체험일지를 작성해 포트폴리오로 활용할 계획이다.

밝고 조곤조곤한 말씨의 그는 “내가 인터뷰할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저는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항상 열심히 해야겠다고 반성하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지 못할 때가 많거든요. 나태해지지 않도록 이번 방학 때는 영어단어도 많이 외우고, 다양한 경험을 위해 법원 재판도 관람하려고 해요. 그러다 보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케모토처럼요.”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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