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는 회사에 계란 던지고 使는 무파업 보상금 회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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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하는 기아차 노사… 타임오프 싸고 마찰 계속

노동조합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와 유급 근로시간 면제 제도(타임오프제) 시행을 둘러싸고 재계와 노동계의 ‘대리전’ 장소가 된 기아자동차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기아차 노조(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5일 공장 본관 건물을 향해 계란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고 회사 측은 “파업을 하지 않으면 보상금을 주겠다”며 원칙에 벗어난 회유책을 내놓았다. 노사 모두 장기적인 회사 발전이나 상생 의지보다는 후진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어 타임오프제의 연착륙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계란 던지고 스프레이 뿌린 노조


“앞에 바리케이드가 있다고 우리가 투쟁을 멈출 순 없다! 본관 유리창을 향해 계란을 투척하자!”

이날 낮 12시 반경 경기 광명시 소하동 기아차 소하공장 본관 앞. 확성기를 들고 있던 기아차 노조 간부가 연단에서 내려가자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른 노조 간부들이 조합원들에게 계란을 나눠줬다. 집회에 참여한 조합원 400여 명 중 80명가량이 계란을 받아들고 던지기 시작했다. 본관 건물 벽과 유리창 등은 곧 깨진 계란으로 범벅이 됐으며 비린내가 진동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타임오프 폐지하고 주간 2교대 근무 쟁취” 등의 구호를 외쳤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주부터 각 공장에서 이처럼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를 비난하는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 ‘무파업 보상금’으로 회유하는 회사


한편 서영종 기아차 사장은 최근 노조원들에게 보낸 통신문에서 “올해 무파업을 실현한다면 경쟁사에 뒤지지 않는 무파업 보상을 흔쾌히 실시할 것”이라고 약속하며 노조 조합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경쟁사에 뒤지지 않는 보상’이란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무파업에 대한 보상으로 1인당 300만 원 상당의 주식을 지급한 것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이 통신문에서 “20년째 이어지는 파업의 불명예를 씻어내고 정상으로 가까이 갈 때 회사는 종업원들의 노고에 적극적인 배려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재계와 노동계는 모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팀장은 “무파업으로 성과가 나서 보상을 한다면 뭐라 할 수 없지만 단순히 불법 파업을 무마하기 위해서 보상을 제시한다면 좋지 않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명=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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