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아버지 칠순상 꼭 차려드릴게요… 아, 출동입니다” 마지막이 된 권 대위의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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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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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해상 추락 링스기 조종사어머니와 통화 뒤 시신으로

전남 진도군 동남쪽 해상에서 추락한 링스헬기를 조종했던 고 권태하 대위(32)는 다음 달 초 아버지의 칠순 잔치를 앞두고 순직한 것으로 밝혀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8일 권 대위의 유족들에 따르면 권 대위는 출동 직전인 15일 밤 어머니(67)와 휴대전화 통화를 하면서 아버지 권용직 씨(70)의 칠순(5월 2일) 잔칫상은 반드시 자신이 차리겠다고 약속했다. 권 대위는 이 통화를 하던 중 “출동을 해야 한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그는 통화 직후 링스헬기를 몰고 야간 초계비행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권 대위의 큰아버지 권용익 씨(76)는 “조카는 출동 직전까지 아버지의 칠순 잔치를 걱정했던 효자였다”면서 “동생은 충격으로 실신해 국군함평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애통해했다. 권 대위는 올 설에도 고향인 대전을 찾지 못했다. 권 대위의 유족들은 “설에도 갑자기 비상이 걸려 고향 집에 오지 못했다”며 “권 대위가 잦은 비상출동으로 집안일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권 대위는 대전 출신으로 충남고와 목포해양대 기관시스템공학부를 졸업했다. 김수겸 목포해양대 기관시스템공학부 교수(56)는 “권 대위가 3학년 때 실습 성적이 4.5 만점을 받을 정도로 성실한 학생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2001년 사관후보생(학사장교) 97기로 임관해 1308시간의 비행경력을 가진 베테랑 헬기조종사다. 동료들은 “권 대위가 링스헬기 조종사라는 것을 늘 자랑스러워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1남 2녀 중 장남으로 부인(32)과 지난달 돌잔치를 한 딸이 있다.

현재 권 대위의 유족들은 전남 함평군 해보면 국군함평병원 장례식장에서 나흘째 머물고 있다. 이들은 사고 헬기에 탑승했던 실종자들의 생사가 확인될 때까지 모든 장례 절차 진행을 미루기로 했다. 권 대위 유족들은 “군인 가족답게 슬픔을 삭이며 동료들의 생사가 확인될 때까지 장례식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권 대위 여동생의 시삼촌으로 육군 1군 사령관을 지낸 김근태 예비역 대장의 조언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해군 3함대사령부와 해경은 군함, 경비정 24척과 헬기 10대를 투입해 사고 해역인 진도군 조도면 독거도 인근 해상을, 육군과 독거도 주민들은 인근 해안을 각각 수색하고 있다. 하지만 기체나 실종자 발견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3함대 사령부 관계자는 “헬기에 비상탈출 장치가 없는 데다 권 대위가 조종석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끝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었던 것 같다”며 “사고 해역 수심이 30∼50m에 이르는 데다 조류가 빨라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함평=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동영상 = 해경, 추락한 링스 헬기 수색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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