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건축공학과 이동언 교수(54·사진)가 부산 주요 건축물을 시(詩)를 인용해 비평한 건축비평집 ‘건축 詩로 쓰다’(도서출판 미세움)를 펴냈다. ‘삶의 건축과 패러다임 건축’, ‘시를 통해 부산건축 새롭게 읽기’에 이은 세 번째 비평집.
그는 이 책에서 국립부산국악원, 경성대 앞 복합문화공간인 문화골목, 달맞이언덕 뉴욕연합치과, 통도사 자장암, 연산동 자이갤러리, 해운대 신세계 센텀시티와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부산대 음악관을 다뤘다.
국립국악원 비평에서 그는 서정주 시 ‘꼬끼오! 우는 스위스 회중시계’를 인용했다. 마당 배치는 수탉의 울음 ‘꼬끼오’처럼 울리지만 마당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는 우리 전통 마당에 어울리지 않게 ‘찌르릉’ 소리를 낸다고 설명했다.
경성대 앞 문화골목은 나희덕 시 ‘방을 얻다’에서 ‘집안의 내력이 짓든(깃든) 데라서 맴으로는 지금도 쓰고 있단 말이요’라는 구절을 인용했다. 골목 입구에 매달린 목어(木魚), 골목 바닥 철도 침목 등 문화골목에 깔려 있는 옛 풍경을 묘사하며 도시 재생 가능성을 풀어썼다.
뉴욕연합치과는 음양 조화를 읽어내는 눈은 절묘하다며 황동규 시 ‘꽃의 고요’를 읽어갔다. 해운대 센텀시티 백화점 설계와 배치 전략을 두고 외부 형태 면에서 롯데백화점은 시각적 요소가 너무 많고 신세계 센텀시티는 너무 적다고 비평했다. 이 밖에 김기택 시 ‘신생아 3’, 정현종의 ‘그 두꺼비’와 ‘몸이 움직인다’ 등이 등장한다.
그는 “시와 건축은 모두 인간 지성, 감수성, 상상력이 상호작용해 예술적으로 승화한 창작품”이라며 “평소 글을 쓸 때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시집과 신문에서 봤던 시를 뽑아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부산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콜로라도대와 조지아공대에서 건축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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