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부산 부산진구 옛 미군 하얄리아 부대가 공개됐다. 허남식 시장과 보도진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최재호 기자
굳게 닫혔던 철문이 열리고 초소를 지나자 차단기가 올라갔다. 미국 하얄리아부대가 60년 만에 ‘속살’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출입은커녕 흙 한줌, 돌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부산 부산진구 범전동 일대 52만8278m²(약 16만 평)가 18일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 한 많은 금싸라기 땅
출입문 3개 중 정문으로 사용했던 국립부산국악원 쪽을 통해 들어서자 아스팔트 도로가 잘 정비돼 있었다. 아름드리 나무도 많았다. 2006년 8월 미군 철수 후 땅 반환 문제로 4년여 동안 방치되면서 잡초도 무성했다.
부사관 관사와 AFN코리아 방송 건물을 지나자 하얄리아부대 상징인 장교클럽 건물이 나타났다. 1930년대 초 일제가 경마장 마권판매소로 지었던 1285m²(약 380평) 건물. 원형 건물 천장에는 해돋이 모습을 형상화한 욱일승천기가 남아 있다.
중앙에는 미군이 주둔하면서 만든 목재 하얄리아부대 마크도 붙어있다. 부산시는 이 건물을 보존해 역사전시관으로 활용할 계획. 부대 내 건물은 모두 338동. 건물 내에는 장교들이 드나들었던 나이트클럽도 있다. 바로 옆 헬기장과 미니골프장, 소방서, 사령부 건물을 지나자 3번 출입문(남측)이 나타났다. 범전동 290가구가 출입문을 양쪽으로 둘러싸고 돌출해 들어온 이곳에는 사병클럽이 위치해 민간인 출입이 잦았던 곳.
이곳에서 정문으로 이어지는 중앙로 우측에는 축구장과 교회, 성당, 독신자 숙소, 헬스클럽, 볼링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 극장을 끼고 다시 우측으로 돌자 학교와 강당, 장교 및 사령관 숙소가 이어졌다. 1만여 명의 미군과 가족들이 생활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우체국과 전화국, 발전소, 정수장, 생필품보급소, 빵공장, 유류탱크 등이 완비돼 있었다. 담벼락은 4∼6m 높이에 철조망까지 쳐 있다. 시는 위험시설을 정리한 뒤 5월부터 시민에게 부대 주요 시설을 개방할 방침이다.
○ 공원조성 2015년 완료
시는 6월까지 4875억 원을 들여 국방부와 용지매입 협의를 끝낼 예정이다. 다음 달에는 국방부와 환경오염 치유사업 등의 협약을 체결한다. 8월경 환경정화사업 및 지장물 철거에 들어가 2013년까지 끝낼 계획.
장교클럽을 제외한 모든 건물을 철거할 방침이다. 시민공원 명칭은 6월 확정한다.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 및 서비스 개발사업 등은 따로 추진된다. 1135억 원이 들어갈 시민공원조성사업은 2015년 마무리할 예정이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하얄리아부대 장교클럽 내부. 1930년대 초 일제가 경마장 마권판매소로 지었던 이 원형 건물 천장에는 해돋이 모습을 형상화한 욱일승천기가 남아 있고 중앙에는 목재 하얄리아부대 마크도 붙어 있다. 최재호 기자: 하얄리아(Hialeah)부대 : 일제강점기인 1920년부터 1939년까지는 경마장으로,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는 일본군 훈련장과 야영지로 사용됐으며 광복 이후 주한미군기지사령부와 미군영사관으로 사용하다 1950년 6·25전쟁 때 병력과 보급품을 담당하던 주한미군 부산기지사령부가 설치됐다. 하얄리아라는 명칭은 당시 초대 사령관의 고향인 미 플로리다 주 ‘베이스 하이얼리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진다. 인디언 말로 ‘아름다운 초원’이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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