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금융, 벌써 ‘시들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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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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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 제도 정비 지연
반짝 인기뒤 애물단지로

자전거보험 판매 지난달 153건
일부회사는 올들어 실적 전무
신상품 출시 계획도 없어

지난해 여름 ‘자전거보험’을 출시한 A보험사의 올해 판매 실적은 ‘0’이다. 이 보험사가 지금까지 판매한 자전거보험은 7개월간 13건. 판매 액수는 1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달간은 가입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B보험사 역시 올해 들어 12일 현재까지 자전거보험 판매실적이 전혀 없다.

지난해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발맞춰 금융권이 쏟아낸 녹색금융 상품들이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대대적인 홍보로 반짝 인기를 끌었던 녹색금융 상품들이 출시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뚝 떨어진 판매실적을 보이고 있는 것.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자전거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자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자전거 전용보험 상품 개발을 독려해 보험사들은 지난해 6월부터 자전거보험을 잇달아 내놓았다. 이는 자전거를 타다가 부상 등을 입었을 때 보상해주는 상품이다.

출시 7개월여가 지난 현재 자전거보험의 판매 실적은 민망한 수준이다. 삼성화재와 동부화재, 현대해상, LIG손해보험 등 4개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자전거보험의 1월 판매실적은 모두 합쳐 153건 279만 원에 그쳤다.

은행이 출시한 녹색대출 상품의 성적도 신통치 않다. 우리은행이 내놓은 녹색대출상품 ‘우리RFID(무선인식)론’의 경우 7개월간 대출 실적이 6건 9억 원에 불과하다. 신한은행이 내놓은 신한 ‘녹색성장대출’과 ‘솔라파워론’도 출시한 지 1년가량이 지났지만 각각 798억 원과 390억 원의 실적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그동안 줄을 이었던 녹색 금융 신상품 출시는 한동안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은행들은 올해 은행권 공동으로 출시할 예정인 비과세 녹색예금을 제외하곤 녹색금융 상품 출시 계획이 전혀 없다.

금융권은 녹색금융 상품 판매 부진의 이유가 녹색금융을 뒷받침할 제도 정비가 지연되는 데 있다고 본다. 보험사들은 자전거보험의 핵심인 자전거 도난과 파손을 보장하려면 자전거 등록제 시행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은행들도 정부의 녹색기업 인증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진 적극적으로 녹색대출을 내주기 어렵다는 태도다. 녹색기술 평가 능력이 떨어지는 은행들로선 정부가 녹색기술 인증 기준을 마련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1월에 계획했던 녹색기업 인증기준 발표를 4월로 연기했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사들의 소극적인 태도도 문제”라며 “금융사들도 녹색금융에 노하우가 있는 외국 금융사들과 제휴를 하는 등 좀 더 적극적으로 녹색성장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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