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반대 의사회, 불법시술 병원 3곳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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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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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대책 없으면 추가 고발
거부운동 계속 해나갈 것”

의사들 상당수 “현실 무시”
초유사태에 의료계 파장

불법낙태 근절운동을 펼쳐 온 ‘프로라이프(prolife) 의사회’가 3일 상습적으로 불법 낙태시술을 했다며 산부인과병원 세 곳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지난달 1일부터 낙태구조제보센터(www.prolife-dr.org)를 통해 불법 낙태 시술에 대한 제보를 받아왔다.

최안나 프로라이프 의사회 대변인은 “지난해 10월부터 우리가 낙태시술 중단을 결의하고 정부의 단속까지 촉구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며 “오히려 일부 병원으로 낙태 환자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앞으로도 낙태를 근절하기 위한 정부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추가 고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의사가 동료 의사를 고발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짐에 따라 의료계 전체에 파장이 일고 있다. 박노준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원칙적으로 불법 낙태시술에 반대하며 자정운동도 벌이고 있다”며 “다만 낮은 분만수가제도 개선, 미혼모 지원책 마련 등 근본적인 처방 없이 동료 의사를 고발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순 없다”고 말했다. 김상운 대한산부인과학회 사무총장은 “낙태의 범위를 지나치게 모호하고 엄격하게 규정한 모자(母子)보건법부터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진오비’ 지난해 11월부터 낙태거부

“불법낙태 안됩니다”불법낙태 근절운동을 펼쳐온 ‘프로라이프’ 의사회 소속으로 낙태구조제보센터의 운영을 맡고 있는 심상덕 원장. 심 원장은 “아이들의 생사가 부모나 산부인과 의사들의 손에 의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불법낙태 안됩니다”
불법낙태 근절운동을 펼쳐온 ‘프로라이프’ 의사회 소속으로 낙태구조제보센터의 운영을 맡고 있는 심상덕 원장. 심 원장은 “아이들의 생사가 부모나 산부인과 의사들의 손에 의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경영상으로는 10∼20%의 이익이 빠졌죠. 아내가 ‘이러다 병원 문 닫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더군요.”

경기 성남시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김모 원장(63)은 지난해 11월부터 병원에서 낙태시술을 하지 않고 있다. 병원 입구에도 ‘저희 병원에서는 낙태시술을 하지 않습니다’라는 스티커를 붙였다. 때로는 곤혹스러운 일도 있다. 미혼모나 미성년자가 찾아왔을 때다. “뻔히 아이를 낳아도 제대로 키울 수 없는 환경인 걸 알지만 다시 한번 고민할 것을 권유하고 다른 병원으로 가달라고 말씀드리죠.” 막상 거부하면 환자들이 더 당황해하며 “제발 수술해달라”고 사정한다고 한다. 하지만 김 원장은 단호하다. “출산을 도우려 산부인과를 선택한 것인데 낙태시술을 하면서 그동안 양심의 가책에 시달렸어요.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가책은 사라져갔지만 그런 제 자신을 바라보며 마음이 불편했죠.”

700여 명의 산부인과 의사들로 구성된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진오비)’은 지난해 10월 낙태근절 선포식을 열고 11월 1일부터 낙태시술 거부운동을 펼치고 있다. 낙태 거부의 뜻에 적극 동참하는 의사들과 시민들을 모아 프로라이프 의사회도 따로 꾸렸다.

○ 찬성 vs 반대 논란


상당수 동료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들의 방법이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 의사회는 정부의 낙태 단속에 반발하며 지난해 12월 31일 ‘임신중절 사태에 대한 회원공지’에서 “정부의 불법 임신중절 단속으로 향후 초래될 사회적 문제는 정부에 모든 책임이 있다. 실제 처벌을 받는 회원이 발생할 때는 사안에 따라 강력히 대처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여성단체에서는 불가피한 임신중절수술까지 막으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진오비’는 꾸준히 낙태 거부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낙태구조제보센터까지 열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 소속으로 제보센터 운영을 맡고 있는 심상덕 원장(49)은 낙태 거부운동과 제보센터의 운영 후 눈에 띄게 낙태시술 병원이 줄었다고 자평했다. “모니터링을 해본 결과 두세 달 전에 50%에 불과하던 수술 거부 응답률이 이제 80∼90%로 올라갔어요.”

심 원장은 “낙태를 거부한다고 말하면 성폭행을 당한 여성 등 극단적 케이스들은 어쩔 것이냐고 묻는데 대부분의 낙태는 기혼여성들에 의한 것”이라며 “지금은 아이들의 생사가 부모와 산부인과 의사들의 손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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