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검단신도시 보상 1년째 감감… 이주예정 中企빚더미 허덕

  • 동아일보

“옮길 땅 사놨는데 돈 안줘”
채권 보상 제안에 더 분통
투자자도 분양 안돼 울상

26일 인천 서구 당하동의 자동차부품 열처리 업체인 ㈜S기업. 현장직원 20여 명이 밀린 주문생산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지만 얼굴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벌써 4개월째 급여를 받지 못했기 때문. 검단신도시 예정지에 속해 있는 이 회사는 2008년 초 충남 아산시에 대체 공장용지 6600m²(약 2000평)를 구입했다. 그해 10월경 보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시행사의 말을 믿고 대출을 받아 공장용지를 산 것. 하지만 보상은 계속 연기됐고 금융위기의 한파까지 몰아치면서 대출이자 등이 2배 이상 많아져 자금사정이 급속히 악화됐다. 조모 사장(50)은 “부도를 넘기기 위해 적금, 보험까지 해약하고 대출받은 아파트까지 급매로 내놓은 상태”라며 “더 안타까운 것은 보상금을 못 받아 새 공장에 설비투자를 못한 채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는 주민들

2006년 10월 노무현 정부가 수도권 지역의 주택안정을 위해 조성한다고 발표한 검단신도시. 지가와 아파트 값 상승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던 기대와 달리 주민들은 요즘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08년 10월경부터 보상이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12월로 연기됐다가 금융위기 때문에 올 3월에서 9월, 12월로 계속 미뤄졌다. 여기에 사업시행자가 1조2000억 원이라는 보상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현금이 아닌 채권으로 보상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주민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신도시 예정지인 당하동에서 가구공장을 운영하는 황모 사장(55)은 “국가가 사유재산을 국가소유처럼 떡 주무르듯 하며 고통을 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사장은 새 공장용지 확보를 위해 2008년 3월 서구 오류동의 2805m²(약 850평) 땅을 대출받아 구입했다. 하지만 보상이 계속 미뤄지면서 지금까지 1억 원이 넘는 돈을 대출이자로 썼다. 그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10, 11월에는 한 달에 3000만 원씩 이자를 냈다”고 하소연했다.

○ 신도시 발표 뒤 온갖 규제로 빚더미

2004년 20여 년간 건설회사를 운영해 모은 돈 전부를 서구 원당동 상가건물(지하 1층, 지상 5층)을 짓는 데 투자한 김모 씨(50)는 “분양이 안 돼 건물이 최근 경매에 들어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상가가 준공되는 시점인 2006년 10월 검단신도시가 발표됐는데 다음 날부터 검찰, 세무서, 인천시, 경찰, 구청 등이 돌아가며 3개월 동안 부동산 투기 단속을 벌이더군요. 한창 분양할 시기에 하루가 멀다 하고 단속반이 뜨니 분양이 될 턱이 없었죠.”

현재 검단신도시 예정지 중 외곽에 속하는 원당동(원당지구)의 5∼8층 빌딩 10여 채에서 경매가 진행 중이다. 검단신도시 발표 뒤 예정지를 토지투기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온갖 규제를 상가에까지 적용했다. 최초 상가분양자는 4년간 매매하지 못하도록 전매제한을 둔 것.

참다못한 주민들은 정부에 청원서를 냈고 올 1월에서야 이 같은 규제가 풀렸다. 신도시 발표 직후 108.9m²(옛 33평형) 아파트는 2억5000만 원에서 3억3000만 원까지 올랐지만 지금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와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 측은 “자금 사정의 어려움으로 2010년도 사업계획 조정이 필요해 보상이 연기됐다”며 “이른 시일내에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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