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엥글 교수 “키코는 불공정 상품”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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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측 증인으로 법정출석
은행측 “피해 부풀려” 반박

일부 기업에 막대한 환차손 피해를 끼친 통화옵션 상품 ‘키코(KIKO)’를 두고 벌어진 은행과 기업 간 법정 분쟁의 첫 본안소송 1심 선고가 다음 달로 다가온 가운데 기업 측이 17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증인으로 내세워 “키코는 불공정한 상품”이라는 논리를 펴고 나섰다.

1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대법정에서 민사합의32부(부장판사 변현철) 심리로 열린 키코 관련 재판에는 200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엥글 미국 뉴욕대 교수가 기업 측 증인으로 나왔다. 엥글 교수는 “통화옵션 평가 모형인 ‘헤스턴 모형’으로 키코에 대한 기업의 기대이익(풋옵션)과 은행의 기대이익(콜옵션)을 계산했다”며 “그 결과 은행은 기업이 받는 프리미엄 143억 원보다 평균 4.6배 많은 656억 원을 받도록 키코 상품을 설계했다”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마진을 붙여 키코 상품을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은행 측은 “엥글 교수가 키코를 분석하면서 옵션 가격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환율의 ‘변동성’ 척도를 키코 계약 당시 수치(4∼5%)가 아닌 외환위기 시절 변동성 값(70%)으로 자의적으로 적용해 기업의 피해액을 부풀렸다”고 반박했다. 이에 엥글 교수는 “모형을 설계할 때는 외환위기처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라고 재반박하는 등 논쟁이 벌어졌다.

면도기 생산업체 D사가 키코를 판매한 외환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익금반환 소송 재판이 진행된 이날 민사대법정은 엥글 교수의 증언을 들으려는 경제학 전공 교수와 학생 등 방청객 2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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