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성원으로 풀려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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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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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사건 연루 한지수씨 석달만에 온두라스 감옥서 가석방
“동아일보 보도후 각계 도움… 무죄판결까지 최선 다할것”
본심재판 내년 2월 이후에

살인사건에 휘말려 석 달 가까이 온두라스 감옥에 수감됐다 15일 가석방된 한지수씨. 사진 출처 한지수 씨 미니홈피
살인사건에 휘말려 석 달 가까이 온두라스 감옥에 수감됐다 15일 가석방된 한지수씨. 사진 출처 한지수 씨 미니홈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네요. 감옥에서 벗어난 첫날밤인 어제는 너무 기뻐서 잠이 오지 않더라고요.”

살인사건에 휘말려 온두라스 감옥에 수감됐던 한인 여성 한지수 씨(26)가 가석방됐다. 한 씨의 가족들과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한 씨의 변호인 측이 3일 법원에 신청한 ‘예방조처 변경’ 신청이 14일 현지 법원 심리에서 받아들여졌다”며 “보석금 1만 달러를 내고 가석방됐다”고 15일 밝혔다. ‘예방조처’란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어 미리 구속을 시키는 것으로 이것이 변경됐다는 것은 불구속 상태가 됐다는 뜻이다.

▶본보 10월 2일자 A13면 참조 20대 한국여성, 온두라스 감옥에

이날 본보 기자와 통화를 한 그는 “동아일보 등 국내 언론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줘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씨는 석 달 가까이 감옥에서 지낸 여성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밝고 힘이 넘쳤다.

다이빙 강사를 꿈꾸던 20대 여성 한 씨가 살인사건에 휘말려 감옥에 갇히게 된 사연은 2008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킨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따기 위해 온두라스 로아탄에 머물던 중 같은 건물에서 룸메이트 ‘댄’의 친구였던 네덜란드인 여성이 숨진 것. 당시 한 씨는 참고인 자격으로 현지 경찰에 진술을 했다. 이후 다이빙 강사자격증을 딴 한 씨는 이집트에서 2008년 12월부터 다이빙 강사로 활동하다 올해 8월 27일 귀국하러 찾은 공항에서 인터폴에 체포됐다. 그리고는 온두라스로 이송된 뒤 9월 23일 현지 감옥에 수감됐다. 한 씨의 혐의는 살인이었다. 온두라스에서 발생했던 네덜란드인 살인사건이 현지 경찰에 의해 재수사됐고 이 과정에서 한 씨에 대한 용의점이 생겼다며 온두라스 경찰이 인터폴에 한 씨를 수배한 것.

1년 전의 사건 때문에 갑자기 감옥에 갇힌 한 씨는 “나는 살인범이 아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 씨의 가족들은 최소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현지 대사관에 신원보증을 요청하는 등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때로는 막막하게만 느껴졌다. “처음 감옥에 갇혔을 때에는 갑작스러운 물리적인 변화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힘들었고 심리가 진행되면서부터는 ‘이제 나가겠지’라는 희망이 번번이 꺾여서 힘들었죠.”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고국에서 날아든 관심과 응원이었다. “제 이야기가 알려져 나중엔 생면부지의 사람들까지 나서서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시는 것을 보고 정말 큰 감동을 느꼈어요.” 실제로 이국의 감옥에서 법정싸움을 벌여야 하는 한 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누리꾼 사이에서는 구명운동이 번졌다. 외교부도 지난달 말 직원 2명을 현지로 파견하는 등 문제 해결에 나섰다.

결국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뤄진 한 씨의 가석방. 물론 완전히 무죄판결을 받기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한 씨와 가족들은 다시금 힘을 내볼 작정이다. 한 씨의 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관심을 가져준 이들 덕분에 그래도 한걸음 내디뎠다”고 감사를 표시하며 “무죄를 인정받고 풀려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본심 재판은 내년 2월경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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