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고 첫발 합격점… 특목고 대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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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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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 검증 안된 첫해 평균경쟁률 3.37 대 1
다양한 입시교육 계획 장점
학비 일반계고의 3배에도
내신 20% 이상 대거 몰려
교육특구 한가람 - 중동고 外
신일-중앙고 의미있는 성과
고교간 경쟁 새바람 일으킬듯

3일 원서 접수를 마감한 13개 자율형사립고 평균 경쟁률은 3.37 대 1. 당초 6 대 1 정도의 경쟁률을 예상했던 입시업계 예측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절반의 성공’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교육과정이 검증되지 않은 첫해인 데다 일반계고에 비해 3배 이상 비싼 학비를 내야 하는데도 높은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 고교 간 경쟁구도 재편

지금까지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목고 중심으로 이뤄진 고교 간 경쟁은 자율고 등장으로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서울지역 6개 외고 경쟁률은 지난해 4.29 대 1에서 3.08 대 1로 떨어졌고 과학고는 2.92 대 1에서 2.42 대 1로 낮아졌다.

입시업계는 국내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우수 학생들이 앞으로도 계속 자율고로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외고의 경우 외국어과목 82단위 의무 이수가 부담스럽고, 과학고는 이공계에 치우쳐 있는 반면 자율고는 저마다 입시에 주력하기 위한 다양한 계획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고 등장은 특목고뿐 아니라 일반계고에도 경쟁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역 일반계고는 모집하기도 전에 내신 성적 50% 이내의 학생 상당수를 빼앗긴 셈이다. 채희옥 교사에 따르면 이 학교 3학년 학생 700여 명 가운데 200명 이상이 전기고교 모집에 지원했고 그중 142명이 자율고에 지원했다. 최 교사는 “내신 성적 20% 내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 자율고에 지원했다고 보면 된다”며 “많은 곳은 한 반에 12명씩 자율고에 지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반계고는 자율고에 대한 관심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반의환 휘문고 교감은 “상위 그룹을 자율고에 빼앗겼기 때문에 일반계고는 영향이 크다”며 “이번에 보충학습 교재를 교사 스스로 제작하는 등 교사들의 자세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 자율고 간 학력신장 경쟁 본격화

자율고 중 네 번째로 높은 3.6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강북구 신일고는 화제의 대상이다. ‘교육특구’인 양천구와 강남구에 위치한 한가람고와 중동고, 유일한 여고인 이화여고의 강세는 예상대로였지만 신일고의 강세는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노원구 학생이 많이 몰린 것은 사실이지만 위치상으로는 경희고가 노원구에서 더 가깝다. 최경호 신일고 교감은 “지속적인 홍보와 학교시설 공개가 효과를 본 것 같다. 강북, 노원, 도봉구 학생이 주로 지원했고 대전, 울산 등 자율고가 없는 지역에서도 8명이 지원했다”고 말했다. 최 교감은 “학생 학력 신장을 위해 재단에서 모든 재정적 뒷받침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로구 중앙고는 같은 구에 위치한 동성고가 정원 미달된 것과 달리 2.2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학생 수가 적은 지역인 점을 감안하면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김용균 중앙고 교장은 “외고, 과학고에 가려는데 성적이 조금 모자란 학생들을 주 대상으로 외국어와 자연계 과목 확대를 강조했다”며 “재단의 지원을 바탕으로 장학금 규모를 학생 10%에서 20%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웅태 동성고 교장은 “예비 신학생 반이 11개 반 중 1개뿐인데 너무 부각되다 보니 학부모에게 다른 자율고와 다른 학교라는 인식을 준 것 같다”며 “앞으로는 학력 신장 측면을 더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기획이사는 “자율고가 좋은 성과를 낸다면 앞으로 우수학생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입학사정관제 전형 경쟁률 ‘뚝’
“선발 인원 늘어 지원 분산
차별성 부족 수험생 혼란”

단국대는 2011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 중 하나인 ‘단국 글로벌 장학 전형’을 폐지키로 했다. 단국대는 올해 2010학년도 입시에서 대학 4년과 대학원 2년, 기숙사비 등을 전액 지원하고 매달 학업 장려금 50만 원 지급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20명을 모집하려 했지만 지원자는 고작 4명에 그쳤다. 이마저도 학교에서 내건 학력 조건을 충족한 학생이 없어 1명도 뽑지 못했다. ‘창의적 인재 전형’과 ‘수학과학특기자 전형’도 각각 1.47 대 1과 1.67 대 1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단국대는 입학사정관제 전형 활성화를 위해 입학사정관제 전형 전반에 대한 ‘수술’에 나섰다.

주요 대학들의 2010학년도 입학사정관제 전형 경쟁률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교육과학기술부의 입학사정관 예산 지원을 받는 서울 19개 대학 중 서울대와 연세대, 이화여대 등 12개 대학의 2010학년도 수시모집 입학사정관제 전형 경쟁률이 전년도에 비해 하락한 반면 상승한 곳은 성균관대와 한국외국어대 2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5곳은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새로 실시해 비교 대상이 없었다.

건국대(서울캠퍼스)와 중앙대의 경쟁률은 각각 41.70 대 1→19.25 대 1, 35.20 대 1→20.0 대 1로 하락 폭이 컸다. 지난해에 비해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을 대폭 늘려 지원 인원이 분산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건국대의 ‘KU 입학사정관 전형 Ⅱ(자기추천)’는 2009학년도에 73.6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이번엔 15.02 대 1에 그쳐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이 밖에 가톨릭대의 잠재능력우수자 전형(14.43 대 1→8.86 대 1), 동국대의 리더십 전형(18.09 대 1→12.56 대 1), 성균관대 나라사랑 전형(21.85 대 1→15.5 대 1) 등도 하락 폭이 컸다.

올해 새로 실시하는 입학사정관제 전형 중에도 큰 호응을 얻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연세대 연세한마음 기초자치단체장 추천 전형은 8명 정원에 13명이 지원하는 데 그쳐 1.63 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다.

이렇게 입학사정관제 전형 경쟁률이 떨어진 것은 전형의 차별성이 크지 않은 데다 고교 현장의 신뢰가 부족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성균관대 입학처 박정만 인재선발팀장은 “올해 대학마다 선발인원이 늘었고, 아직 학교·전형마다 차별성이 크지 않은 탓에 학생들이 혼란을 느껴 지원을 꺼렸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단국대 관계자는 “일선 고교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대한 신뢰나 공감대가 아직은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며 “준비할 서류가 많아 사정관제 전형에 지원하지 않고 일반 전형으로 응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외고입시 시험 없애고
완전 입학사정관제로”
안병만 교과부 장관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개최한 대학 총장 아카데미에 강연자로 참석해 “지금 외고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 그래서 외고 시험도 바꾸려고 한다. 시험을 못 보게 하고 완전히 입학사정관제와 내신으로만 학생을 뽑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장관은 또 “지금 우리 경제가 살아나고는 있지만 제대로 되려면 1, 2년은 더 걸려야 할 것”이라며 “이를 감안해 총장들이 큰 결심을 해서 등록금을 올리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은 이날 대교협에서 입학사정관제 시행 대학 총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정부와 대교협이 입학사정관제 운영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이달 중순부터 현장 점검에 나설 것”이라며 “현장점검 또는 민원을 통해 입학사정관제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전형을 실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대학은 교과부가 감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관은 감사 결과 비리 사실이 확인된 대학은 지원 예산을 회수하고 행정제재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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