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아이 입양에 장기 기증한 ‘천사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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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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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김상훈 목사, 아내에 이어 오늘 신장 기증
장애있는 아이들 키우며 학생 20여명도 가르쳐

2년 전 이미 신장을 기증한 ‘천사 아내’에 이어 다둥이 아빠도 장기기증에 나섰다. 왼쪽부터 28일 신장을 기증할 아빠 김상훈 목사, 요한, 하은, 사랑, 하선, 하민, 햇살이, 김 목사의 아내 윤정희 씨. 사진 제공 사랑의장기기증본부
2년 전 이미 신장을 기증한 ‘천사 아내’에 이어 다둥이 아빠도 장기기증에 나섰다. 왼쪽부터 28일 신장을 기증할 아빠 김상훈 목사, 요한, 하은, 사랑, 하선, 하민, 햇살이, 김 목사의 아내 윤정희 씨. 사진 제공 사랑의장기기증본부

“아이들이 아빠를 통해 조금이라도 베푸는 삶을 느낀다면 수술쯤이야 뭐 힘들겠어요.” 6명의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다둥이 아빠’가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나섰다. 주인공은 대전 중구 김상훈 목사(51). 그는 28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3년간 혈액 투석을 받아온 40대 남성 임모 씨(인천 부평구)에게 자신의 신장을 이식해 줄 예정이다.

김 씨가 기증을 결심한 데는 아내 윤정희 씨(44)가 큰 역할을 했다. 윤 씨는 2007년 이미 50대 여성에게 신장을 떼어 준 ‘장기기증 선배’. 윤 씨는 어렸을 때부터 폐가 좋지 않아 기침을 달고 살던 둘째 하선이(12·여)가 다른 친구들과 운동장을 뛰어다닐 만큼 건강이 좋아지자 누군가에게 자신의 신장을 이식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딸이 몸이 안 좋을 때 ‘살려주시기만 하면 저도 다른 생명을 살리겠다’고 기도했는데 그 약속을 어길 수가 없더라고요.”

평소에는 주사도 무서워할 만큼 겁이 많던 아내의 의연한 결단, 그를 옆에서 지켜봐온 김 씨도 자연스레 장기기증의 뜻을 굳힐 수 있었다. 아이들도 엄마의 아름다운 ‘나눔’을 이미 보았던 터라 아빠의 결정에 응원을 보냈다. 김 씨는 “바로 곁에서 24시간 함께하는 사람이 기증 후에도 이렇게 건강하니 두려워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이식수술 후 모든 일상생활에 더 감사하며 선하게 살아가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꼭 누군가와 생명을 나눠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씨 부부는 오래전부터 사랑을 실천해 왔다. 이 부부는 결혼 후 계속되는 유산으로 아이를 갖기 힘들게 되자 6명을 입양해 키우고 있다. 2000년 5월 5일 하은이(13·여)와 하선이 자매를 처음 품에 안았다. 하은이는 눈동자가 바깥으로 몰리는 ‘간헐성외사시’ 증세를 보였고 하선이는 기관지염을 앓았지만 부부는 ‘아이 키우는 재미’에 쏙 빠졌다. 부부는 이후 입술갈림증(구순열)으로 괴로워하던 하민이(8·여), 퇴행성 발달장애를 겪는 요한이(7), 심각한 안짱다리로 걷지 못하던 사랑이(6) 등 3명의 장애아를 차례로 입양했다. 지난해 성탄절 때 막내 햇살이(6)까지 들어오면서 지금의 대가족을 이뤘다.

10년 전만 해도 토목건축업을 하면서 억대 연봉으로 넉넉하게 살았던 김 씨 부부지만 지금은 안정된 삶을 뒤로한 채 어려운 지역주민들을 돕고 있다. ‘함께하는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20여 명의 학생도 가르치고 있다. 아내 윤 씨의 얘기. “아이들에게 물질적으로는 풍족하게 못해주지만 마음으로 많은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고 믿어요. 앞으로 그 사랑을 아이들이 퍼뜨리길 바랄 뿐이죠.” 부부는 소원마저 닮아 있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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