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소년원생 아들과 엄마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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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7일 15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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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원생 아들과 엄마의 편지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0월 27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자식을 소년원에 보낸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요. 소년원생과 부모들이 편지로 속마음을 전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김현수 앵커) 대전의 한 소년원에서 의료재활치료를 받으며 수감 중인 청소년들이 오랜만에 부모를 만났는데요. 영상뉴스팀 신광영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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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식장산 아래 위치한 대산학교. 이 학교의 또 다른 이름은 대덕소년원입니다.

이 곳에는 정신장애나 발달장애 소년원생들을 위한 의료재활 시설이 있습니다.

치료를 받으며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오랜만에 만난 부모와 저녁 식사를 합니다.

만남의 하이라이트는 편지낭독.

<현장음>
(최모 군)"나가서 바로는 못 고치더라도 참고 지켜봐주세요. 그리고 달라지는 모습 봐주세요. 엄마가 이랬잖아요. 고려대 간 아들 두고 싶다고. 진짜 제가 그 소원 꼭 이뤄드릴게요."

(김모 군) "여기오니까 가족이 뭔지 알게 됐고 가족의 품이 그리워요. 할머니, 할아버지 동생도 보고 싶고…"

(윤모 군) "사춘기 때 저는 엄마가 당뇨병이 있어서 스트레스 받으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하지 말라는 일만 하고 다녔어요. 엄마에게 해드리지 못한 보답 해드리고 싶어요. 그러니 제가 그 보답 다 드릴 수 있도록 오래 사세요."

윤 군을 손수 키운 외할머니는 손자의 편지에 울음을 멈추지 못합니다.

2년 전 고등학교를 자퇴한 윤 군은 오토바이를 훔친 혐의로 구속돼 지난 5월 소년원에 왔습니다.

5년 전 한 식구가 된 새 아버지와의 불화로 비행이 시작됐고, 그러면서 우울증이 심해져 음독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윤 군의 어머니는 소아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을 모두 잃어 즉석에서 육성 편지를 씁니다.

<현장음>
(윤 군 어머니 최모 씨 편지)
"예전 같으면 사고를 치더라도 엄마가 막아 줄 수 있었는데 이젠 네가 큰 만큼 내가 늙어서 엄마가 방패를 해줄 수가 없어. 이젠 너 혼자서 이 험한 세상을 버티고 가야해."

엄마의 바람대로 윤 군은 소년원 입소 석 달 만인 지난 8월 고교 검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사회에선 방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지만 소년원에 와 단체생활을 하면서 우울증도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윤모 군
"제과·제빵 자격증을 따고 싶은데 저희 집이 여의치 않아서 어머니께 불편을 끼치기가 싫어서 1년 동안 기술을 배워서 어머니께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인터뷰) 최모 씨 / 윤모 군의 어머니
"검정고시 합격을 해서 자랑스럽기보단 아들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뭘 해야 한다는 목표를 찾은 게 더 자랑스러워요."

소년원 측은 의료감호소에 있는 원생 70명의 보호자 모두에게 참석을 부탁했지만 이날 모인 부모는 7명 뿐 입니다.

그나마 이번이 가장 많이 모였을 정도로 부모한테마저 버림받은 청소년들이 많습니다.

(인터뷰) 이동환 / 대산학교장
"소년원생들은 부모관계가 어긋난 아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소년원에 들어오면 부모의 고마움. 비록 자기를 꾸지람하고 질책했지만 부모가 소중하다는 걸 많이 얘기합니다."

초저녁에 시작된 행사는 밤이 깊도록 계속됐습니다.

모닥불 앞에서 자식과 부모는 반성하고 화해했습니다.

(편지낭독) 최 군 어머니
"사랑한다. 아까 보석박물관 다녀왔지. 너는 영원한 엄마의 보물이야. 알았어? 영원히 빛나주길 바란다."

동아일보 신광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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