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광화문광장은 복덩이”

  • 입력 2009년 9월 4일 02시 56분


코멘트
개장 한달… 서울 도심 업소들 매출 대박
가족단위 손님들 급증
창가자리 앉기 ‘별따기’
5호선 광화문역 이용객
한달새 40만여명 늘어

이달 2일 오후 광화문광장 앞 한 커피숍 2층. 창가에 자리가 나는 순간 안쪽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들 사이에서 미묘한 눈빛이 오갔다. ‘광장 조망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 싸움’이었다. 커피숍 직원은 “예전에는 창 밖을 봐도 온통 자동차만 달리는 삭막한 풍경이라 인기가 덜했는데 광장이 생기고 난 뒤로는 창가 자리에 앉기가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직장인 ‘넥타이족(族)’들로 가득했던 광화문에 최근 부쩍 어린이와 노인 등 가족 단위 시민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주중 점심시간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가도 주말이면 썰렁하기 그지없던 인근 상권도 이제 일주일 내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개장 한 달째인 광화문광장이 불러온 변화다.

○ 몰리는 인파, “장사할 맛 나네”

광화문광장이 지난달 1일 개장한 이후 한 달간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을 이용한 승객은 모두 226만1786명. 6월(185만4331명)과 7월(193만4890명)에 비해 30만∼40만여 명이 늘어났다. 특히 하차 승객은 일평균 3만2000여 명 수준에서 지난달 갑자기 3만7000여 명으로 5000명이 증가했다.

사실 광장이 들어서기 전 광화문은 인근 삼청동이나 인사동과 달리 주말이면 썰물 빠진 듯 텅텅 비는 곳이었다. 길을 건너는 방법도 어두침침한 지하보도 하나뿐이었고 근처에 쉬어갈 만한 공간도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이달 2일 찾은 광화문광장은 해치마당으로 연결된 지하철 출구를 비롯해 광장 양 옆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는 승객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평일 오후인데도 KT 광화문사옥 1층 KT아트홀에는 공연을 기다리는 시민 3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세종문화회관 인근 카페와 식당들에도 손님이 들어차 있었다.

주중, 주말 가릴 것 없이 늘어난 인파로 주변 상권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중이다. 인근 한식당에서 근무하는 최규숙 씨(52·여)는 “주말에도 장사가 잘돼서 매출이 2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광장 인근 투썸플레이스와 콜드스톤 등도 매출이 15%가량 올랐다.

○ 광화문에 ‘패밀리가 떴다’

아이 손을 잡고 나온 가족 단위 시민이 늘어난 것도 광장이 불러온 새로운 모습이다. 광장 맞은편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는 어린이 고객 덕분에 지난달 매출이 기존 월평균 매출의 270%와 150% 수준으로 각각 늘었다. 이전까진 광화문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어린이 마케팅’ 전략이 등장했을 정도. 배스킨라빈스에서는 어린이들이 ‘데리고 오는’ 어른에게 커피를 증정하는 한편 어린이들에게는 아이스크림 모양 목걸이를 선물하고 있다. 교보문고는 주말 내방객이 15% 이상 늘었다. 스타벅스 광화문점 역시 밤 시간대 전망을 구경하러 나온 가족 손님 덕분에 매출이 전달 대비 60% 이상 올랐다.

경복궁이나 청계천 등 주변 관광지와 인접해 있는 광화문광장은 새로운 관광지로도 자리 잡아가는 추세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광화문광장은 도심 한복판인 데다 광장 안에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전시관 등 외국인들이 관심 가질 만한 콘텐츠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관광지로 자리 잡으려면 대형 관광버스 등을 세울 수 있는 주차 공간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광화문광장에는 대형 버스를 세울 만한 공간이 전혀 없어 달리는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소개만 해주고 지나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2011년까지 종로구 청운동 경기상고 운동장 지하에 버스 44대와 승용차 8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