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설악권 통합론 솔솔… 주민들은 “글쎄”

  • 입력 2009년 9월 3일 0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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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삼척시 통합론엔 “원칙적 찬성” 많아

전국적으로 지방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가운데 강원 영동지역에서도 통합론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통합론은 지난달 26일 채용생 속초시장이 설악권 4개 시군의 통합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채 시장은 “광역교통망 개선으로 생활·경제권이 크게 바뀌고 있다”며 “과거 행정구역의 기준이 됐던 역사적 정체성이나 이동 거리, 하천·산맥 등과 같은 자연적 조건은 그 의미가 크게 퇴색했다”고 말했다. 채 시장은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설악권은 인접 시군 간 통합 필요성이 커졌고 언젠가는 반드시 통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인 인제군, 고성군, 양양군은 공식 반응을 자제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역사적, 지리적 배경을 문제 삼아 통합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성군의회 황상연 의장은 2일 “고성군은 북한에 미수복 지역이 있다”며 “통일 이후 남북 고성군 통합을 준비하는 것이 주민들의 한결 같은 소망”이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또 “채 시장의 통합 제안은 지역의 정체성을 도외시한 행정 편의적 단견으로 지역 주민의 기대와 자존심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양군번영회도 성명서를 통해 “설악권 통합 제안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놓은 정략적인 발상”이라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과거 속초시는 양양군에 속해 있던 면으로 1990년대 도·농 통합 때도 양양군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닥쳐 통합이 무산됐다. 인제군의 한 주민은 “인제가 설악권이기는 하지만 영서 지역에 있어 정서적으로 차이가 있다”며 “통합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설악권 외에도 동해시와 삼척시의 통합론이 제기됐다. 동해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 31일 성명서를 통해 “두 지역이 지리·정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지금부터 통합 논의에 나선다면 조기에 이뤄낼 가능성이 크다”고 제안했다.

김대수 삼척시장은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의사”라며 “과거 삼척 땅이었던 동해와 태백은 물론 같은 문화 생활권인 경북 울진까지 묶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원칙적인 찬성 의사를 내비쳤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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