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혐의 정연주 前KBS사장 1심 무죄

  • 입력 2009년 8월 19일 02시 56분


“조세소송 취하 사유 정당”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규진)는 18일 세금소송 취하로 회사에 1900억 원 정도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로 불구속 기소된 정연주 전 KBS 사장(사진)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 전 사장이 경영적자로 말미암은 퇴진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1심에서 승소한 조세소송을 고의로 취하하고 조정을 강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원에서 중재하는 조정이 정 전 사장 측의 일방적인 양보나 주장에 의해 이뤄질 수 없고 △KBS 조세소송 17건 중 9건은 승소하고 7건은 패소하는 등 상급심에서 반드시 KBS 측이 승소하리라고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정황상 소송 이후 국세청이 법인세를 재부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무죄 판결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곧바로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해임당한 정 전 사장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더라도 사장직 복귀는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사장은 서울행정법원에 해임무효 소송을 낸 상태지만 해임무효 판결이 정 전 사장의 법률상 재임기간(올해 11월) 이전에 확정돼야 복직이 가능하다. 법원 관계자는 “원래 재임기간 내에 형사 및 행정소송의 확정판결이 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복직할 가능성은 적다”며 “그 대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 전 사장은 KBS가 국세청을 상대로 낸 법인세 등의 환급소송 1심에서 2004년 8월 승소해 2448억 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는데도 2004, 2005년 KBS의 적자가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자 국세청과 556억 원을 환급받는 것으로 조정 합의하고 2006년 1월 항소심을 취하하도록 해 KBS에 1892억 원의 재산상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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