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나실줄 알았는데…” 가족들 오열

  • 입력 2009년 8월 18일 18시 09분


1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과 공항 직원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전하는 TV 속보를 지켜보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43분 서거했다. 인천=연합뉴스
1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과 공항 직원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전하는 TV 속보를 지켜보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43분 서거했다. 인천=연합뉴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1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 긴박하게 돌아갔다. 정상치를 회복하는 듯했던 김 전 대통령의 혈압과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위중한 상태에 빠지자 박창일 연세대 의료원장, 이철 세브란스병원장 등 병원 고위 관계자들은 치료에 온 힘을 쏟았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18일 오후 1시 43분 끝내 서거했다.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부인 이희호 여사 등 가족과 박지원 민주당 의원 등 측근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 위중→안정→위중 반복하면서 상황 급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심장이 오후 1시 35분 정지했습니다.”

18일 오후 1시 37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최경득 홍보팀장의 발표에 장례식장 6층 교수회의실에 마련된 임시기자실은 순간 침묵에 빠졌다. 하지만 3분 후 다시 희망이 보였다.

“아, 김 전 대통령 심장이 5분 만에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안도의 한숨도 잠시. 3분 후 다시 들어온 최 팀장은 담담한 어조로 밝혔다.

“김 전 대통령께서 18일 오후 1시 43분 서거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위독하다는 이야기는 17일 저녁부터 흘러나왔다. 18일 오전 9시경 김 전 대통령의 혈압이 낮아지고 산소포화도가 80%대로 떨어지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의료진이 혈압상승제 등을 이용해 집중 치료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병원 전체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박 의료원장은 서거 후 병원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7월 13일 폐렴으로 입원하셨지만 마지막에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심장이 멎으셨고 급성 호흡곤란증후군과 폐색전증 등을 이겨내지 못하셨다”고 밝혔다. 그는 심폐소생술을 했느냐는 질문에 “생명을 더 연장할 가능성이 있을 때 시도를 하지만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인해 더 견뎌내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 가족, 측근들 오열

18일 오전 9시경 박 의료원장이 바쁜 걸음으로 9층 중환자실로 올라갔다. 이어 현 주치의인 정남식 연세대 심장내과 교수와 장준 호흡기내과 교수, 박지원 의원도 차례로 병원에 도착해 황급히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김홍일 홍업 홍걸 삼형제도 황망한 표정으로 이 여사가 기다리고 있는 병원 20층 VIP실로 다급히 올라갔다.

병원을 찾은 방문객들과 환자들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기자에게 “혹시 김 전 대통령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제발 이 고비를 이겨내셨으면 좋겠다”라며 두 손을 모으고 자기 일처럼 기도를 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들의 기도는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동초’라는 별명답게 숱한 난관을 헤쳐 온 김 전 대통령은 병상에서도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신장 투석을 오래 해 온 김 전 대통령의 혈압 상태가 안 좋아 강심제를 투여해왔는데 일반인이라면 감당하지 못할 양이었다. 이만큼 버틴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VIP 병동 가족대기실과 9층 중환자실을 오가며 김 전 대통령의 곁을 지키던 이 여사와 아들 삼형제는 김 전 대통령이 끝내 서거하자 오열했다. 김 전 대통령이 입원한 이후 이 여사는 줄곧 남편의 곁을 지켰다. 김 전 대통령의 병세가 잠시 안정을 되찾은 16일 이후 곁에서 배와 발바닥을 쓰다듬으며 쾌유를 비는 기도를 했다. 13일 생환기념일 준비로 바빠 잠시 손을 놓았던 뜨개질도 다시 시작해 병상에 누운 김 전 대통령의 양말을 새로 떠 손수 신겨주기도 했다. 이 여사는 자신이 직접 뜨개질한 밤색 양말을 신은 채 영면한 김 전 대통령의 발을 쓰다듬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이날 오후 2시 50분경 이 여사에게 전화를 걸어 조의를 표하고 위로했다. 권노갑 한화갑 한광옥 김옥두 전 의원 등 수십 년간 김 전 대통령과 정치적 고락을 함께한 동교동계 인사들이 임종을 지켰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박지원 전 비서실장 서거 발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 각국의 여러분.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을 지내시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신 김대중 대통령께서 8월 18일 오후 1시 43분 연세대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서거하셨습니다. 그동안 쾌유를 기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과 세계의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정성을 다해 치료해 주신 의료진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임시 빈소를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 병원 영안실 특1호실에 마련했습니다. 앞으로 이희호 여사를 비롯해 가족들의 뜻을 받들고 정부와도 긴밀히 협조해서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정중히 모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박창일 연세의료원장 브리핑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김대중 전 대통령님께서 2009년 8월 18일 오후 1시 43분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서거하셨습니다. 김 전 대통령님은 저희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7월 13일 폐렴으로 입원하시어 치료를 받아왔으며 안타깝게도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과 폐색전증 다발성장기부전 등을 이겨내지 못하셨습니다. 연세의료원 전 직원과 더불어 삼가 김 전 대통령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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