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공 차고 나면 스트레스 확 풀려요”

  • 입력 2009년 8월 18일 06시 48분


■ 정선 주부 풋살팀 ‘S라인’

“공을 차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 “예전엔 아픈 데도 많았는데 요즘은 감기도 잘 안 걸려요.”

13일 오후 9시가 넘어서자 강원 정선군 북평면 남평리의 풋살(미니 축구) 경기장에 유니폼을 입은 아줌마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정선읍과 북평면 주부들로 구성된 풋살팀 ‘S라인’ 선수들이다. 이날 연습에 참가한 선수는 8명. 전체 17명으로 보통 연습에 12∼15명이 참가하지만 휴가철이라 불참자가 많았다.

선수들의 연령은 33∼50세로 간호사, 공무원, 학원 강사 등 대부분이 직장인이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가족을 위해 저녁식사를 준비한 뒤 오후 9시 반부터 11시까지 연습한다. 휴일과 폭설, 폭우 때가 아니면 거르는 날이 없다. 피곤할 법도 한데 선수들의 반응은 “전혀 아니올시다”였다.

선수단의 맏언니인 이선자 씨(50)는 “올해 1월 처음 공을 차러 나왔다가 근육통으로 일주일을 쉰 경험이 있지만 이제는 오히려 축구를 안 하면 병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S라인 단장인 전혜원 씨(37)는 “처음에는 다들 금세 숨이 차고 지쳤는데 요즘은 전·후반 합쳐 40분은 쉽게 소화할 정도로 체력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S라인이 구성된 것은 2007년 6월. 처음에는 3, 4명의 지인들이 다이어트 차원에서 시작했다. 정선군생활체육회 함윤식 씨(46)의 지도로 기본기를 익혔다. 점차 소문이 나면서 선수가 늘어났고 올해 3월 21일에는 정식으로 창단식을 가졌다.

함 감독은 “처음에는 살을 빼려고 시작한 분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다들 축구가 좋아서 매달린다”며 “실력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수들은 13일 워밍업과 연습경기에서 슈팅, 드리블, 헤딩 등을 남성 못지않게 해냈다.

S라인의 단골 연습경기 상대는 동네의 초등 6학년생들. 처음에는 만만하게 봤다가 망신을 당했지만 이제는 이길 때도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S라인의 공식경기 전적은 2전 2패. 지난달 태백시 주최로 열린 백두대간기에 처음 출전했다가 연거푸 패했다. 풋살이 아닌 11인제의 정식 축구경기였다. 이후 함 감독의 훈련 강도가 훨씬 세진 것은 당연한 일.

팀 이름처럼 아직 S라인 몸매도 못 이뤘고 공식적인 승리도 없지만 이들의 축구 사랑은 월드컵 우승감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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