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환경사랑 홀씨처럼 퍼져나가길”

  • 입력 2009년 6월 17일 06시 38분


자전거 마니아 ‘페달 선생님’이 만든 근암장학회 첫 시상식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환경을 소중하게 가꾸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스스로 약속을 지킨 것도 기분 좋고요.” 10일 대구지방환경청 회의실에서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 20여 명이 참석한 ‘제1회 근암환경장학회 환경교육활동 우수 교사 및 학생 시상식’이 열렸다. 행사를 마련한 곽홍탁 전 대구 영신고 교사(63)는 “수상자들을 보니 환경교육의 씨앗 같은 느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곽 씨는 30년 동안 환경교육에 남다른 애정을 쏟다가 지난해 2월 퇴직했다. 그는 교사로 근무할 때 “퇴직하면 작은 기금을 모아 환경교육이 대학 입시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 약속에 따라 환경교육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받은 상금과 강연료, 서예전 수익금, 신문 투고료, 퇴직금 등을 합쳐 1억 원을 모았다. 이를 종잣돈으로 올해 3월 그의 호를 딴 ‘근암환경장학회’가 만들어졌고, 운영은 후배 교사들이 맡았다.

이날 문병수 교사(33·대구서부공업고)가 환경부장관 표창을, 최병출 교사(44·경구중)가 대구지방환경청장 표창을 받았다. 또 △안형찬(대구성동초교 5년) △이주영(덕원중 2년) △하희령(경북대사범대부설중 3년) △이현욱(원화중 3년) △이석민(대구고 3년) △윤귀연(화원고 3년) △김영준(영진고 3년) 등 학생 7명이 장학금 10만∼30만 원을 받았다.

문 교사는 학생 45명으로 ‘환경봉사대’를 구성해 4년째 교내외에서 환경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학생들은 등교와 함께 쓰레기를 치우는 일부터 시작해 학교를 아름답게 가꾸는 한편 관련 기관 단체를 통해 환경보호 체험교육도 활발히 하고 있다. 최 교사는 대구의 대표적인 자전거 마니아. 연간 4만 km가량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환경의 소중함을 알려 ‘페달 밟는 환경선생님’으로 불린다.

이주영 양은 ‘미래 여성과학자를 위한 욱수골의 물과 공기 탐구활동’으로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최한 전국과학탐구발표대회에서 상을 받는 등 과학 공부를 환경과 연결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석민 군은 대입 준비로 바쁜 생활 속에서도 교내외 환경보호 활동에 적극 참여해 상을 받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영기 전 구미 금오중 교장(63)은 “이번 시상식을 계기로 더 많은 교사와 학생들이 환경 보호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팔 대구지방환경청장은 인사말에서 “마침 낙동강을 비롯해 전국의 주요 강을 살리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때에 대구의 교사와 학생들이 책임감을 갖고 환경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근암환경장학회는 내년에는 ‘환경가족상’도 만들 계획이다. 장학회 운영을 맡고 있는 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정책과 이옥희 장학사(45·여)는 “곽 선생님께서 어렵게 만든 장학회인 만큼 교사들의 참여도 늘려 알차게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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