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공부방아이들, 슈만의 ‘꿈’에 빠지다

  • 입력 2009년 6월 11일 02시 55분


리처드 용재 오닐 씨(왼쪽)와 지용 씨가 음악과 꿈을 주제로 어린이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변영욱 기자
리처드 용재 오닐 씨(왼쪽)와 지용 씨가 음악과 꿈을 주제로 어린이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변영욱 기자
리처드 용재 오닐-지용 씨 어린이 75명 초청
‘클래식 포 키즈’ 연주 행사

하늘은 잔뜩 찌푸렸지만 삼삼오오 손잡은 아이들에게선 까르르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75명의 공부방 아이들이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정동 CJ아지트의 문을 열었다.

“얘들아, (팸플릿 사진을 가리키며) 이 사람이 용재 오닐이야. 엄마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랑 미국에서 어렵고 힘들게 살았대. 비올라 알지? 바이올린하고 비슷한데 조금 큰 거. 이 사람은 비올라를 연주하면서 힘든 시간을 이겨냈어. 지금은 세계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연주자란다.”(꿈나무 지역 아동센터 유병숙 교사)

김지연 양(9)이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이들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씨(31)와 피아니스트 (김)지용 씨(18)가 마련한 ‘클래식 포 키즈’ 공연에 초대받았다. 문화적 혜택을 받기 어려운 어린이들에게 클래식 연주를 ‘선물’하는 자리다.

두 연주자가 등장하자 고사리손으로 친 박수가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지용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슈만 ‘미르테의 꽃’ 중 1번 ‘헌정’은 결혼식 할 때 많이 치는 곡이랍니다. 슈만은 부인 클라라를 무척 사랑했는데요, 결혼식 전날 저녁에 클라라에게 바친 곡이 바로 이 곡이지요. 아내를 위한 열정을 가득 담아 작곡했어요.”

그가 ‘헌정’과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 중 ‘꿈’을 연주한 후 오닐 씨와 함께 라흐마니노프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선보였다. 오닐 씨는 “라흐마니노프는 20세기의 위대한 피아니스트였다”면서 “원래 첼로 곡인데 비올라를 위해 편곡했다”고 설명했다.

연주가 끝난 뒤 김희선 양(10)이 질문했다. “연주를 할 때 어떤 생각이 드나요?”

“음…. 어려운 질문이네요. 연주할 때 음표나 테크닉은 생각 안 해요. 나만의 느낌을 표현하려고 애써요. 보기에는 쉬워보여도 연주하기란 굉장히 어렵답니다.”(오닐 씨)

“연습할 때는 어떤 부분이 어렵다고 느끼지만, 막상 공연에서는 그런 생각이 안 나요. 연주 자체를 즐기고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할지만 머릿속에서 맴돌아요.”(지용 씨)

깜깜한 공연장, 익숙하지 않은 클래식 음악. 산만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의외로 반듯한 자세로 연주에 귀를 기울이는 아이들이 많았다.

오닐 씨도 “‘좋은 관객’이라는 표현이 이상하지만,(웃음) 어린이들이 연주에 굉장히 집중했다”고 말했다. 공연 전에는 “연주자도 모르는 사람이고 뭐 하는지 잘 모른다”고 했던 고예은 양(9)은 연주가 끝나자 “재밌고 신난다. 오빠들도 멋지다”고 말했다. 이주성 군(12)은 연주에 몰입한 오닐 씨가 인상 깊었던 듯 “춤추면서 비올라를 연주하는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지용 씨는 “용재나 저나 모두 평범한 집안에서 자라 열심히 연습해 여기까지 왔다”면서 “이번 연주회가 아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오닐 씨는 “클래식은 여유 있는 사람만을 위한 음악이라는 건 편견”이라며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면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유한 것이 행복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음악은 우리 삶에서 큰 힘을 가집니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저소득층을 위한 클래식 교육 프로그램)처럼 음악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오닐 씨)

아이들을 위한 소규모 생활공동체 ‘별빛 내리는 마을’의 윤설희 교사는 “음악을 사랑하면 삶도 사랑할 수 있다”며 “아이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연주자는 이날 만난 아이들 모두를 27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디토 카니발’ 공연에 초대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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