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정책 둘러싼 ‘성상납 로비’ 의혹 증폭

  • 입력 2009년 3월 31일 02시 54분


청와대 前행정관 술자리에 케이블TV업체 팀장 동석

또다른 靑행정관-방통위 뉴미디어과장 합석

3명 모두 업체 합병 등 관련정책 핵심 인물

추가 성매매 사실 드러날땐 파문 더 커질듯

25일 적발된 청와대의 김모 전 행정관(43)의 성매매 사건은 방송사업자가 방송정책 담당 공무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로비성 성상납’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김 전 행정관은 25일 청와대 방송통신비서관실 소속 장모 행정관, 방송통신위원회의 신모 뉴미디어 과장, 종합유선방송사업자 티브로드의 M 팀장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방통위가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4명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리고기 집에서 오리불고기와 소주를 먹고 오후 9시경 신촌에 위치한 D룸살롱으로 자리를 옮겨 80여만 원어치의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김 전 행정관이 이 술집 여종업원과 인근 모텔로 ‘2차’(성매매)에 나섰다가 적발됐다. 술값과 김 전 행정관의 2차 비용은 M 팀장이 지불했다.

이들은 이날 티브로드와 또 다른 케이블TV업체 큐릭스의 합병 건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행정관은 방통위의 전신인 방송위원회 출신으로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업무를 담당했다. 신 과장은 방통위에서 뉴미디어 분야를 담당했으며, 방통융합 관련 업무와 함께 유선방송정책 수립, 합병승인 심사, 재허가 등 권한을 쥔 케이블TV 관련 주무 과장이다. 방통위 심사에서 재허가에 탈락하면 방송사업권이 박탈된다.

특히 현재 케이블TV업체와 통신업체는 유료방송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방통위 정책 하나하나에 따라 산업의 운명이 좌우되는 형편에 놓여 있다. 18일에는 티브로드 계열 8개 케이블유선망사업자(SO)가 재허가를 받은 바 있다.

한 방통위 관계자는 “방통위가 방송, 통신 분야의 규제 권한을 가진 기관이어서 방송 통신업자들이 꾸준히 로비하고 관리하는 게 관행”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번 성매매가 단순한 술자리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 대가성 성로비일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술자리에 동석한 장 전 행정관, 신 과장의 당일 행적도 의문이다. 김 전 행정관뿐만 아니라 이들도 성매매에 가담했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모텔 전체를 뒤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텔 어딘가에서 여성과 함께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로 조사해 성매매 혐의가 나오면 소환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찰은 사건 당일 술값, 2차 비용, 모텔비 등을 M 팀장이 계산했다면 M 팀장도 성매매 혐의로 입건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신 과장과 장 전 행정관은 룸살롱에 동석한 것은 맞지만 성매매는 부인하고 있다. 이태희 방통위 대변인은 “사건 직후 방통위로 복귀한 김 전 행정관과 신 과장이 사표를 제출했다”며 “신 과장의 사표는 수리됐지만 김 전 행정관은 경찰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 사건이 발생하자 31일로 예정된 티브로드와 큐릭스의 합병 심사를 연기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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