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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3월 23일 0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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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는 전남 무안 해제반도의 끝자락인 신안군 지도읍에서 배로 15분 거리다. 신안군의 1004개 섬 가운데 7번째 큰 섬.
423만여 m²의 청정 갯벌에는 짱뚱어, 칠게, 농게가 널려 있고 국내에서 가장 큰 태평염전도 있다. 2007년 12월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Slow-city)로 지정됐다.
증도는 지금 ‘느리게 사는 섬’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주민들이 무공해 천연 세제를 사용토록 하고 밤이면 별을 볼 수 있도록 ‘깜깜한 섬(Dark-sky)’ 만들기에 나서는 등 ‘슬로 바람’이 불고 있다.
▽천연 세제 무료 공급=신안군은 5월 말 1억 원을 들여 증도면 1032가구 전 주민에게 천연 세제를 무료로 공급하기로 했다.
군은 청정 이미지를 통해 특산물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환경오염도 줄이기 위해 지난해 천연 세제 사용 등을 내용으로 하는 ‘환경 기본 조례’를 제정했다.
앞서 군은 지난해 증도 주민과 관광객이 무료로 탈 수 있는 자전거 400여 대를 섬 곳곳에 배치한 데 이어 최근 무공해 전기자전거 2대를 들여 놓았다.
노순용 신안군 문화관광과장은 “효과가 좋으면 내년부터 13개 읍면 전 가구로 천연 세제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합성 세제를 쓰다 적발되면 과태료 등 행정조치를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깜깜한 섬’ 만들기=신안군과 주민들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초롱초롱한 별을 보며 옛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어두운 밤 별 찾기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군은 밤에 불빛으로 인간과 동식물의 생체 리듬에 피해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 증도의 모든 가로등 불빛을 땅으로 향하도록 하고 ‘국제 깜깜한 하늘 협회’ 가입도 추진하고 있다.
또 ‘금연의 섬’ 조례를 제정해 해수욕장, 유원지를 자율 금연거리로 지정하고 관광객을 위한 담배보관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현장학습 메카=증도에는 ‘느림의 미학’을 느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중견 리더(전국 지방자치단체 사무관) 직무 특화과정 교육생 50명이 18일 증도를 찾은 데 이어 5월 9일과 23일 대구 걸스카우트 대원과 교장단 1200명이 현장 체험에 나서기로 하는 등 생태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증도는 지난해 현장 체험과 관광객 20만 명이 다녀갔다. 2007년 8만 명에 비해 150% 늘어나 슬로시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슬로시티 지정 2년째를 맞아 전남대 생태관광연구센터와 사업 추진 협약을 맺고 슬로푸드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슬로시티 국제연맹총회 유치를 위해 지원팀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