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일부 교복 대리점 업주들 ‘비뚤어진 판촉’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7분


“중고생에 술 사주고 판매수당 지급”

학사모 “검찰에 고발 계획”

일부 교복 대리점 업주들이 중고교생에게 판매 수당에다 술까지 사주면서 이들을 교복 판매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은 16일 경북 경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지역의 교복 판매 대리점들이 중고교생을 동원해 접대까지 하면서 교복을 판매한 실태를 공개하고, 문제의 교복 대리점 업주들을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진정서를 낸 A 씨는 “교복 판매 경쟁이 심해지면서 학생까지 비도덕적인 방법으로 동원하는 것을 도저히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주지역의 교복 대리점은 5곳으로 이 가운데 1곳을 제외한 대리점들은 지난해 11월경부터 지역 중고교생 40여 명을 모은 뒤 이들이 다른 학생에게 특정 회사의 교복을 구매하도록 할 경우 5000∼1만5000원의 ‘판매 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학생은 최근까지 95벌을 권유해 수당으로 120만 원을 받았으며, 대부분의 학생이 50만∼80만 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업주들은 이 학생들을 야유회 명목으로 모아 술을 사주는가 하면 수시로 회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정서에 첨부된 학생들의 메모에는 “올해 1월 경주 부근의 한 펜션에서 업주들이 학생들을 모아 놓고 술을 사줬다” “지난해 12월 교복을 홍보하는 학생들을 불러 술집에서 술을 사주고 돈도 10만∼20만 원씩 줬다”고 적혀 있다.

A 씨는 “판촉 학생들을 통해 다른 회사 제품에 대한 나쁜 소문을 내도록 해 업무를 방해하기도 했다”며 “일부 중학교에서는 교사를 통해 입수한 학생 명단을 영업에 이용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학사모는 일부 학교에서 유명 브랜드를 흉내 낸 가짜 교복이 유통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학사모 측은 “지난주부터 경주지역의 몇몇 중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교복 판매 수와 실제 입은 학생 수가 다른 데다 디자인과 색깔이 다른 교복도 상당수였다”고 밝혔다.

한 학부모는 “특정 교복을 판매하려는 로비가 치열해 수년 전부터 소문이 많았다”며 “이번 기회에 교복을 둘러싼 비리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학사모 측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이 같은 비리에 관해 실태조사를 다시 하라고 요구했다.

학사모 교복값종합대책위원회 고진광 위원장(54)은 “부모 동의 없이 청소년을 영업활동에 이용한 데 대해 법적 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경주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교복을 둘러싼 부조리를 신속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주=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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