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모 “검찰에 고발 계획”
일부 교복 대리점 업주들이 중고교생에게 판매 수당에다 술까지 사주면서 이들을 교복 판매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은 16일 경북 경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지역의 교복 판매 대리점들이 중고교생을 동원해 접대까지 하면서 교복을 판매한 실태를 공개하고, 문제의 교복 대리점 업주들을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진정서를 낸 A 씨는 “교복 판매 경쟁이 심해지면서 학생까지 비도덕적인 방법으로 동원하는 것을 도저히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주지역의 교복 대리점은 5곳으로 이 가운데 1곳을 제외한 대리점들은 지난해 11월경부터 지역 중고교생 40여 명을 모은 뒤 이들이 다른 학생에게 특정 회사의 교복을 구매하도록 할 경우 5000∼1만5000원의 ‘판매 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학생은 최근까지 95벌을 권유해 수당으로 120만 원을 받았으며, 대부분의 학생이 50만∼80만 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업주들은 이 학생들을 야유회 명목으로 모아 술을 사주는가 하면 수시로 회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정서에 첨부된 학생들의 메모에는 “올해 1월 경주 부근의 한 펜션에서 업주들이 학생들을 모아 놓고 술을 사줬다” “지난해 12월 교복을 홍보하는 학생들을 불러 술집에서 술을 사주고 돈도 10만∼20만 원씩 줬다”고 적혀 있다.
A 씨는 “판촉 학생들을 통해 다른 회사 제품에 대한 나쁜 소문을 내도록 해 업무를 방해하기도 했다”며 “일부 중학교에서는 교사를 통해 입수한 학생 명단을 영업에 이용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학사모는 일부 학교에서 유명 브랜드를 흉내 낸 가짜 교복이 유통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학사모 측은 “지난주부터 경주지역의 몇몇 중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교복 판매 수와 실제 입은 학생 수가 다른 데다 디자인과 색깔이 다른 교복도 상당수였다”고 밝혔다.
한 학부모는 “특정 교복을 판매하려는 로비가 치열해 수년 전부터 소문이 많았다”며 “이번 기회에 교복을 둘러싼 비리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학사모 측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이 같은 비리에 관해 실태조사를 다시 하라고 요구했다.
학사모 교복값종합대책위원회 고진광 위원장(54)은 “부모 동의 없이 청소년을 영업활동에 이용한 데 대해 법적 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경주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교복을 둘러싼 부조리를 신속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주=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